[사설] 황화수소 안전 불감증,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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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황화수소와 암모니아가 누출돼 노동자 2명이 숨진 부산 사하구 구평동 한 수리조선소의 화장실 모습. 부산소방본부 제공 26일 오전 황화수소와 암모니아가 누출돼 노동자 2명이 숨진 부산 사하구 구평동 한 수리조선소의 화장실 모습. 부산소방본부 제공

부산 사하구 한 수리조선소 화장실에서 유독가스가 새 나와 화장실을 사용하던 노동자 2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두 사람은 지난 26일 오전 조선소 사무실 건물 1층 화장실에서 고농도의 황화수소와 암모니아를 들이마시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40대 남자는 30여 분 만에 숨지고, 20대는 이날 밤 사망했다. 더운 여름날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난 이번 사고 역시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유일의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된 부산에서 생긴 원시적인 안전사고에 참으로 황당하고 부끄럽다.


화장실 유독가스 유출 사고로 인명 피해

국제관광도시에 걸맞은 안전 대책 절실


경찰에 따르면 사망자들은 조선소의 선박 전기설비 외주업체 직원으로 주말 근무를 위해 출근했다가 화장실에서 유출된 유독가스에 변을 당했다. 사하소방서가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화학물질안전원에 의뢰해 사고가 발생한 화장실의 공기 중 유독가스를 측정한 결과, 황화수소 농도가 안전 수치 15ppm의 16배가 넘는 250ppm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황화수소는 썩은 계란 냄새가 나는 무색 가스로 흡입하기만 해도 질식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독성가스다. 측정 당일 공기 중 농도가 56ppm으로 나온 암모니아도 좁은 공간에서 들이마실 경우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유해가스다.

사고 당일 화장실에서 지독한 냄새가 났으며, 주말과 공휴일에도 유독가스 냄새가 발생해 사하구청에 여러 차례 신고했다는 게 조선소 직원들의 진술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선소와 관할 구청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개탄스럽다. 신고를 묵살하고 아무런 현장 점검이나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공무원 행태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전형적인 복지부동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화장실 오수관로를 관리하는 부산환경공단 등을 상대로 유독가스 발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철저한 수사와 원인 규명을 통해 사고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함으로써 관계 기관들이 재발 방지 대책을 확고히 세우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9년 7월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공중화장실에서도 여고생 2명이 황화수소에 중독돼 1명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다. 당시 600여 곳에 달하는 지역 공중화장실에 대한 점검과 가스 대책 마련이 이뤄졌지만, 조선소 화장실 사고는 여전히 안전의식이 미흡한 데다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2018년 11월 부산 사상구 한 폐수 처리업체에서 황화수소가 누출돼 현장 노동자 4명이 중태에 빠지고 6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고도 있었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돌아왔다. 화장실과 황화수소가 시민과 관광객의 생명을 위협하는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부산시와 구·군의 각별한 주의와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더는 어이없는 사고로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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