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 주자 윤석열, 정권 비판 넘어 국정 비전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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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3월 4일 총장직 사퇴 이후 117일 만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라며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 후보 선두권을 달리던 윤 전 총장은 이날 출마 선언을 계기로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혹독하고 엄중한 심판대 앞에 서게 됐다. 같은 날 여권에서도 무려 5명의 주자가 대선 예비 후보 등록을 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후보 간 치열한 비전 경쟁을 기대한다.


잠행 117일 만에 29일 공식 출마 선언
현 정권 맹공… 구체적 실천 전략 과제

여야를 통틀어 현재 최고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은 이전부터 대선판 최고의 관심사였다. 윤 전 총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여야 정치권과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윤 전 총장은 이날 15분 동안의 회견에서 문재인 정부를 “기득권 카르텔, 국민 약탈”이라는 격한 용어를 동원하며 비난했다. 애초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강도가 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현 정부에 맞선 대항마 이미지를 통해 지지율 1위로 올라선 현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동질성을 강조하면서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당분간 외곽에서 최대한 존재감을 높이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이달이 가기 전에 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신비주의’, ‘전언 정치’라는 모호함을 떨쳐버린 것은 바람직하다. X-파일 논란으로 다소 주춤한 지지율을 고려한 측면도 있겠으나, 가장 유력한 주자로서 본인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럼에도 회견이 남긴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부동산·소득주도 성장 등 현 정부의 실정은 매섭게 질타하면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국정 비전은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정부의 많은 잘못에 대한 비판 외에 한마디로 ‘윤석열 정치’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강할수록 자신의 국정 비전 역시 더욱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제 공식 대선판에 뛰어든 만큼 윤 전 총장은 대한민국의 시대 정신과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 또 X-파일 논란으로 대변되는 부인·처가를 둘러싼 의혹도 국민에게 솔직히 해명해야 한다. 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의 국가 비전과 이에 대한 실천 의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정치 경험이 없는 윤 전 총장으로선 앞으로 이 부분에 안팎의 집중적인 검증이 예상된다. 현 정권 비판 만을 계속 디딤돌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윤 전 총장 말고도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 중인 여야의 다른 대선 주자들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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