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 오른 민주당 경선 레이스, 비전과 정책 대결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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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감하고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집권 여당의 후보로서 차기 국정을 책임지겠다며 경쟁에 뛰어든 이가 무려 9명이다. 그만큼 경쟁은 더 치열할 텐데, 민주당은 요즘의 청년 취업난을 의식한 듯 이번 경선에 ‘대통령 취업준비생 공개채용’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기업이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만큼이나 깐깐하게 대선 후보를 뽑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또 국민에게 훨씬 밀도 있는 검증을 받겠다며 TV 토론도 네 차례나 열기로 했다. 대선 예비경선에서 네 차례의 TV 토론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경선을 대하는 민주당의 각오가 그만큼 비상해 보인다.

세력 과시 등 구태로는 민심 부합 못 해
취업준비생 마음으로 국민에 호소해야

예비경선에 돌입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소위 이재명계와 비(非) 이재명계 간 경선 연기를 둘러싼 찬반 다툼이 이전투구 양상을 띠며 두 달 가까이 격심한 내홍을 겪었다. 당규에 대선 경선 일정을 정해 놓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벌어지는 행태에 여론은 몹시도 차가웠다. 지난해 총선 때 자초한 비례위성 정당 논란, 당헌까지 바꿔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했던 일 등 원칙을 지키지 않는 민주당의 모습에 몹시도 실망했던 터라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는 원칙을 지켰다고 자평하지만,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생산적인 경선을 치러내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 과정에서 ‘낡은 정치’의 이미지도 완전히 벗어던져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에 못 미친다.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은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가 일으킨 변화의 바람으로 민심을 급속히 흡수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소모적 논쟁을 일삼으며 떠난 민심을 되돌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준석 바람’은 우리 사회가 정치권의 변화를 얼마나 목말라 하는지 잘 보여 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민주당이 ‘낡은 정치’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시하는 형편이다. 민주당 스스로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할 대목이다.

이번 대선 후보 경선은 민주당이 집권 5년 차 임기 말 위기를 심화할지, 위기를 극복하고 정권을 재창출할 기회가 될지 시험대가 될 것이다. 9명 예비후보 모두 저마다 차별화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테지만, 그 과정이 국민에게 혁신하는 모습으로 비쳐야 한다. 줄 세우기나 세력 동원 등 구태로 흘러서는 민심에 부합할 수 없다. 무엇보다 후보들은 시대정신을 담은 비전과 정책에 기반한 생산적이면서도 공정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민주당 스스로 이번 경선에 부여한 의미대로 각 후보는 취업준비생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5년간 자신을 왜 채용해야 하는지 그 당위를 알리고 설득해서 선택받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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