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꿈 꾸는 '필리핀 복싱영웅' 파키아오…두테르테 신경전 팽팽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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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영웅' 파키아오. 연합뉴스 '복싱 영웅' 파키아오. 연합뉴스

필리핀에서 상원의원으로 활동 중인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가 내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필리핀 대통령과의 팽팽한 신경전이 전면전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4일 현지 매체인 필리핀 스타에 따르면 파키아오는 전날인 3일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에서 정부의 부패 정황이 담긴 증거 자료를 갖고 있으며 조만간 상원 윤리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아오는 브리핑 도중 해당 서류 뭉치를 공개하면서 사회보건부가 100억4000만 페소(2310억원) 상당의 코로나19 재난 지원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 그는 재난 지원금을 전자지갑 앱인 '스타 페이'를 통해 180만명에게 배분하게 돼 있는데 해당 앱을 내려받은 사람은 50만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서는 돈을 받거나 인출할 수가 없다면서 정부의 재난 지원금 처리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했다. 또 스타 페이는 처리 한도 때문에 정부의 지원금 배분에 적합하지 않은 앱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아오는 "이는 내가 발견한 것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추가 폭로 가능성도 내비쳤다.


파키아오와 두테르테는 그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보여왔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빈민가에 태어나 생계를 위해 링에 오른 파키아오는 세계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복싱 영웅이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 정치에 화려하게 입문, 하원의원을 거쳐 2016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특히 파키아오는 국제사회에서 인권범죄 논란이 일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두테르테 역시 파키아오를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수시로 칭찬하면서 친분을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파키아오가 집권당인 'PDP라반' 대표로 선출된 이후 최근 정부의 부패 의혹을 거론하면서 두 사람 간에 갈등 기류가 조성됐다. 'PDP라반' 의장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일 파키아오가 제기한 부패 의혹과 관련해 그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당시 기자들과 만나 "어디 가지 말고 네가 얘기하던 부패 혐의를 조사해 찾아내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는 더러운 자식'(shit)이라고 말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복귀전을 위해 훈련 중인 파키아오는 지난 2일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모든 정치인은 더 높은 자리를 꿈꾼다"라면서 "적절한 때에 내 결심을 발표할 것이다. 아마 시합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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