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내년 대선 앞두고 차분한 경남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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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장

내년 대통령 선거를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지만 경남도정이 차분하다. 경남도정은 역대 대선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

원인은 민선 도지사 모두 대권을 꿈꾸는 잠룡이었기 때문이다. 도지사가 여야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순간부터 행정 중립성과 연속성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김혁규, 김태호, 김두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모두 그랬다.

2003년부터 도지사 중도사퇴로 경남도정은 크게 흔들렸다. 사퇴로 인한 행정공백도 문제지만 그동안 도지사가 추진했던 정책의 연속성이 끊긴 것이 가장 큰 손실이었다. 중도 사퇴 이유는 대선 출마가 가장 많았다. 역대 도지사 중도사퇴는 2003년 12월 15일 김혁규 전 지사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에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사퇴명분을 ‘국가발전의 대의를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3선이던 김 전 지사의 중도사퇴로 일관성을 유지해오던 도정은 방향을 잃었다. 재임기간 줄곧 내세웠던 ‘경영 행정’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듬해 정당을 바꿨던 그는 국무총리 꿈이 좌절됐고, 대선에는 나서지도 못했다. 2004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2010년까지 도정을 수행했던 김태호 전 도지사는 유일하게 임기를 채웠다. 그는 그 뒤 국무총리 국회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가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남해안 시대’는 뿌리조차 뽑혔다.

이후 김두관 전 도지사는 취임 2년여 만인 2012년 7월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를 위해 그만뒀다. 그 후 대선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가 추진했던 ‘모자이크 사업’은 흔적조차 사라졌다. 2012년 12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로 들어온 홍준표 전 도지사는 2014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 나서기 위해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역시 대권 꿈은 이루지 못했다. 재임중 추진했던 ‘채무제로’ 정책은 그가 심은 사과나무와 함께 뽑혀 나갔다. 그가 폐업했던 진주의료원도 다른 이름으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도지사가 바뀌는 과정에 전임 지사 흔적을 없애고, 정책 뒤집기가 반복됐다. 2003년부터 시작된 역대 도지사의 ‘대권 집착’으로 경남도정은 몸살을 앓았다. 대권 실패 원인이 설왕설래할 때마다 “(도청)터가 안 좋다”는 얘기가 농담처럼 오갔다. 근거없는 풍수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경남도정은 대권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대선을 1년 앞둔 역대 어느 시점보다 차분한 상황이다. 김경수 도지사도 임기 초부터 대권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지난해 말 한 방송 인터뷰에서 “다음에 (경남지사) 재선이 되면, 도전하겠다는 약속을 여러 번 드렸었다”면서 대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하지만 호사가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초 당내 대선 후보경선을 시작하고, 김 지사는 등록하지 않았다. 대선 출마론은 사라지고 도정은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도정 공백’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 지사가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도지사가 도민 안위를 우선하지 않고, 대권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본인과 도민에게 큰 불행이다. 도지사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막대한 손실은 도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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