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파트 내 길고양이 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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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이냐 생활권이냐… 팽팽한 대치

부산시가 추진 중인 ‘길고양이 급식소(이하 급식소)’ 사업을 두고 시민과 동물보호단체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급식소가 설치되면 인근 주택가로 길고양이가 몰려들면서 소음과 쓰레기, 차량 피해까지 발생할 것을 우려한 시민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는 ‘공존을 위해 급식소 사업을 부산 전역으로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2일 부산 연제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연제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려다 최근 재검토로 방향을 틀었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다.

“쓰레기 봉투 훼손 등 피해”
설치 추진하던 연제구청
주민 반발에 재검토로 선회
보호단체 “부산 전역 확대해야”
“인간과 동물 공존 위해 꼭 필요”

연제구청이 설치하려던 길고양이 급식소는 가로 60cm 높이 50cm가량의 간이 구조물이다. ‘캣맘’ 등 동물 애호가들이 길고양이를 위한 사료와 물 등을 이곳에 넣어둘 수 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 박 모(49) 씨는 “길고양이가 몰려들면 밤낮으로 울어대고 쓰레기봉투까지 파헤쳐 주민과 아파트 관리 직원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한데, 연제구청은 입주민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며 “분명 주민 피해가 발생할 텐데 동물 보호라는 명분만 들이대니 답답할 따름이다. 고양이 동물권은 중요하고 주민 생활권은 중요하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연제구청 측은 쏟아지는 민원에 “해당 아파트에 계획된 급식소 설치 사업을 재검토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사업은 부산시가 국·시비를 투입해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20개의 급식소를 설치했고, 올해는 24개의 급식소를 추가로 설치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연제구청과 북구청 등 일부 기초지자체는 별도로 구비를 투입해 추가 급식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무분별하게 이곳저곳에서 먹이를 나눠 주기보다, 급식소를 정해 길고양이를 모으면 주민 불편도 막고 고양이도 보호한다는 것이 사업의 취지이다.

그러나 길고양이가 거주지 인근으로 몰려들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급식소 설치에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급식소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박혜경 대표는 “민간이 아닌 행정기관이 급식소를 설치할 경우, 먹이 주는 장소가 훼손될 가능성이 줄어 고양이를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다”며 “급식소 설치사업을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한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사업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길고양이 문제를 놓고 갈등이 불거지자, 부산시는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부산시 TNR 건수는 2018년 7122건이었지만, 2020년 6410건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부산시 농축산유통과 관계자는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사업에 주민 의견을 반영해 민원을 줄이고, 중성화수술 예산을 추가 확보해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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