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쉬운 우리말로 옮긴 한국 최초 ‘개인 번역’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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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옥 이현주의 신약 읽기 / 이현주

목사 이현주(77)는 유불선과 동서양을 호활하게 넘나드는 인물이다. 그는 생명운동가 무위당 장일순의 제자이며 동화작가로도 등단했다. 1970년대 후반 문익환 목사와 함께 <공동번역성서> 번역에도 참여했다.

<관옥 이현주의 신약 읽기>는 그가 쉬운 우리말로 신약을 다시 옮긴 것이다. 한국 최초의 ‘개인 번역(私譯)’ 성경이다. <논어> <맹자> 등과 불경들은 끊임없이 새로 번역되지만 성경을 개인적으로 번역한 것은, 치명적으로 말하면 ‘경’을 흩뜨리는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경계를 넘어선 인물이요, 시대이다.

죽기 전에 죽어야 부활하는 것인데 그에게 세월 속에서 아, 이렇게 죽는구나 싶은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아내가 죽고 그는 재혼하여 강원도 정선 천백 고지의 전기도, 수도도 없는 농막에서 일 년을 죽은 듯이 살았다고 한다. 성경 필사를 하려다가 아예 본문을 새로 쓴 것이 이 책이다. 예수와 제자가 나누는 말투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었다. 이런 성경도 가능하구나 싶게도 읽기가 수월하다. 개인 촌평도 붙여놓았다.

예수가 부활한 대목에서는 이렇다. ‘부활한 예수는 시공간에 갇히지 않는다. 그래서 제자들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신다. 그러나 시공간으로 들어오지 못하시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갈릴래아에서 눈으로 보게 된다.’ 예수가 유다의 배신을 예고한 대목을 두고, 옮긴이는 예수의 말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이현주 옮기고 지음/삼인/668쪽/1만 6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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