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늦게 썼다고 증여세…‘피해 방지법’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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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재산 60억 기부 ‘3년 내 공익 사업 사용 안 했다’ 서울 상도동 민주센터에 ‘세금 폭탄’ 최근 거제도 선산도 압류 조치 서일준 의원 ‘증여세 개정안’ 발의

서울 동작구청에 기부채납돼 2020년 11월 문을 연 김영삼도서관. 국세청이 사업 지연을 이유로 2억 원 증여세를 부과했다. 거제시 제공

자신의 재산을 공익을 위해 공익법인에 기부한 선의의 기부자들이 증여세를 제때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금 폭탄을 맞는 황당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거제가 고향인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재산 60억 기부
‘3년 내 공익 사업 사용 안 했다’
서울 상도동 민주센터에 ‘세금 폭탄’
최근 거제도 선산도 압류 조치
서일준 의원 ‘증여세 개정안’ 발의

김 전 대통령은 2010년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서울 상도동 사저와 거제도 땅, 멸치 어장 등 재산 60억 원을 공익법인인 (사)김영삼민주센터에 기부했다. 센터는 이 기부금에 국고 지원, 민간 모금액을 더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저 인근에 그의 민주화 업적을 기리는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건립했다. 지하 4층, 지상 8층 규모로 총 214억 원이 투입됐다.

그런데 추진 과정에 건립계획이 확대되면서 공사가 지연됐고, 완공 후에도 공사 잔금 등 12억 8000만 원 상당의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관이 미뤄졌다. 재정난을 견디다 못한 센터 측은 거제시에 기부채납 의사를 밝혔다.

이에 거제시는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하려고 했다. 시의회 동의까지 얻었지만 막판에 인수를 포기했다. 매년 운영비만 4억 원 이상이 필요한데, 때마침 주력 산업인 조선업이 최악의 불황에 허덕이면서 거제시 재정도 빠듯해진 탓이다.

이후 곡절 끝에 2018년 동작구청에 기부채납 됐고, 지난해 11월 ‘구립김영삼도서관’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 관할 세무서는 센터에 김 전 대통령이 기부한 60억 원의 절반인 30억 원을 증여세로 부과했다.

현행법상 법인이 공익을 목적으로 출연받는 재산은 증여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3년 이내에 직접 공익목적사업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2010년 기부 받았으니 공익사업 사용 기한 3년을 넘겼다는 게 세무서의 근거였다. 다행히 조정 절차를 거쳐 증여세는 2억여 원으로 감액됐지만 센터 측이 이를 납부하지 못하자 세무당국은 올 5월 거제에 있는 선산을 압류했다. 김 전 대통령 차남 현철 씨는 SNS를 통해 세무당국의 증여세 과세가 정치보복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 측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기부자가 ‘3년 내 공익사업 사용’ 조건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탈세 의도 없는 공익 기부가 사후 과세 대상이 되고 남은 재산이 압류되는 불합리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자칫 공익 기부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경남 거제)은 세무서장 등 관할 관청이 증여세가 사후에 부과되는 요건을 공익법인에 미리 통보하도록 고지의무를 부과하는 ‘상속·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서 의원은 기부 재산 처분·사용 관련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거액의 증여세를 뒤늦게 통보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각도 못한 증여세 납기가 닥쳐 헐값에 주식을 파는 통에 막대한 손실을 입는 공익재단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을 3년 이내에 직접 사용하지 않을 경우,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사후 부과요건을 관할 세무서장이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고지의무 규정을 신설했다. 과세 관청의 적극 행정을 통해 당사자가 충분히 인지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 의원은 “민주주의 교육의 장을 만들어 후학을 양성하고자 하셨던 김 전 대통령의 숭고한 뜻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선한 의도의 공익 기부와 사회 환원에 불이익이 없도록 법안 통과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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