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가는 일본 외교, 이러고 관계 개선 바라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일본 고위급 외교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의 제2인자 지위에 있는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는 지난 15일 JTBC 방송 취재진과 가진 오찬 간담에서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힘쓰는 문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성적인 표현을 사용해 깎아내렸다고 한다. 오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일 정상회담 막판 논의가 진행 중인 시점에 나온 이 일본 외교 당국자의 막말은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충격적이고 몰상식한 일이라 할 만하다. 이러고도 일본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당사자 문책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한국통’ 일본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막말
정상회담에도 악재… 국익 관점 결정을

소마 공사의 발언이 자못 심각한 이유는 그가 일본 외무성 내 대표적인 ‘코리안 스쿨(한국통)’로 꼽힌다는 사실이다. 그런 그가 이 정도의 ‘혼네(속마음)’를 털어놓거나 들킨 거라면 양국 신뢰 관계는 이미 나락으로 떨어졌음을 대변해 준다. 실제 소마 공사는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든가, 문 대통령 방일 시 “정중히 맞이하겠다”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발언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란 말인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이른 새벽에 보도자료를 돌리고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소마 공사를 싸고돌기에 급급했다.

이 와중에 알려진 ‘이순신 장군 현수막’ 철거 사건과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 허용 소식은 위태위태한 한·일 관계에 기름을 부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욱일기 디자인은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며 “욱일기가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체육회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선조 임금에게 올린 장계 ‘아직도 제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를 본떠 만든 현수막은 정치적으로 해석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철거 압력을 넣었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일본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관심은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막식 참석 여부에 쏠린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올림픽 주최국의 품격에 맞춰 한·일 정상회담에 진정성을 보인다면 모를까 소마 공사의 말처럼 형식적인 손님맞이 정도에 그친다면 문 대통령의 방일은 과감히 접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한·일 정상이 도쿄올림픽에서도 만나지 못하면 이번 정부 내 한·일 관계 개선은 거의 물 건너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의 고압적이고 몰상식한 태도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되 철저히 국익의 입장에서 외교 득실을 잘 따져서 정부가 현명한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