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수학문화관 내년 개관… 일상 속 ‘수학 대중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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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수학포기자)’ 예방과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 부산수학문화관을 내년 3월 개관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지난 1일 재선 취임 3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부산일보 7월 2일 자 8면 보도)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그런데 김 교육감의 공언이 의심스러웠다. 정말 수학문화관을 만들면 수포자가 사라질까? 사실 김 교육감 발언에는 ‘수학의 대중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수학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고 흥미도를 끌어올리는 게 수포자 예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문화관의 목적 또한 학생은 물론 전 부산시민이 수학을 재미있게 접하면서 ‘수학 문화’를 향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하 2층~지상 5층 세계적 규모 건설
진로탐색·역사지혜관 등 콘텐츠 다양
온 가족 즐길 수 있는 ‘수학 문화’ 조성
흥미 끌어올려 ‘수포자’ 예방 효과도
“문화관서 영감 얻어 창의성 키우기를”

■세계적인 규모에 콘텐츠도 알차게

부산진구 옛 개성중 자리에 건립되고 있는 수학문화관은 현재 공정률 27%를 달성했다. 수학문화관은 부산 글로벌빌리지 내 대지면적 3636㎡에 건축연면적 9884㎡, 지하 2층~지상 5층으로 건설되고 있다. 수학문화관이 완공되면 국내 최대는 물론, 독일의 ‘마테마티쿰’이나 미국의 ‘모매쓰’ 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수학박물관의 규모를 압도한다.

큰 규모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내실 있는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현재 층별로 확정된 대략적인 콘텐츠를 살펴보면 △1층 수학과 마주하는 커뮤니티 스페이스 △2층 원리를 따라가는 수학놀이영역 △3층 삶과 연결되는 진로 탐색영역 △4층 가치를 탐구하는 역사지혜 및 교과체험영역 △5층 상상을 공유하는 크리에이티브스텝 및 동아리 룸 등으로 구성됐다. 부산시교육청은 이중에서 ‘킬러 콘텐츠’로 3층 ‘삶과 연결되는 진로 탐색영역’과 4층 ‘가치를 탐구하는 역사지혜 및 교과체험영역’을 꼽았다.

3층 진로탐색관은 수학 기반 혁신 기술이 이끄는 미래를 간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이와 연계한 직업 속의 수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부산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 부산 관광지 경로뿐만 아니라 어획량 최적화 등과 같이 첨단 산업수학 원리를 활용한 산업분야(빅데이터, 인공지능, 의료)·부산 특화산업분야(해양, 수산, 영상)와 관련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부산시교육청 빈지현 장학사는 “예를 들면 해양관련 수산업의 경우 학생들이 수학을 통해 어획량을 예측하고 설정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면서 “수학이 특정 진로와 떼려와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층 역사지혜관은 수학의 발전과정을 역사발생적 관점에서 고대-중세-근대-현대 시대 순으로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전국 36곳의 수학문화관과 수학체험센터에서는 접할 수 없는 콘텐츠다. 역사지혜관은 수학 연대표를 따라 ‘사모스섬의 터널’ ‘유클리드 원론’ ‘린드 파피루스’ 등 수학사적으로 의미 있는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수학

수학문화관은 초·중·고 학생은 물론 유치원생과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과 계층에서 수학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 중이다. 입장료도 받는다. 학생은 2000원, 성인은 4000원이다. 그만큼 수학문화관을 채울 콘텐츠에 자신 있다는 말이다. 부산시교육청은 특히 학부모가 수학문화관에 자녀들을 함께 데리고 오기를 권장하고 있다. 온가족이 수학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학생의 수학성취도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학문화관의 설립 정신은 ‘재미있는 수학’ ‘모두가 즐기는 수학’으로 요약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국내 수학 교육에 있어서 이 부분이 취약하기 때문에 수포자가 대량으로 생산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3년마다 실시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수학 흥미도는 언제나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수학문화관 태스크포스(TF)팀에서 해외의 수학박물관을 사전조사했던 분포중 하미숙 수학교사는 이를 두고 입시 환경과 맞물리면서 수학을 ‘도구적 수단’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다시 말하면 수학 성적이 높아야 선망하는 상위권 대학이나 의대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학을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수준 높은 수학을 과도하게 많이 기계적으로 주입하고 있다. 해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 수학 과목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초고난도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하 교사는 “학생들은 실생활에도 사용하지도 않는 어렵기만한 수학을 왜 이렇게 많이 해야하는지 모르니 당연히 수학이 재미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바라기는 수학문화관에서 수학을 음악과 미술처럼 접하고 학생들이 수학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 교사는 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하루종일 앉아 영감을 얻은 피카소, 가우디처럼 학생들도 수학문화관에서 영감을 얻어 창의성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멋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 교사가 꼽은 수학의 매력은 무엇일까. “수학은 자연을 해석하는 언어에요. 인간 이외의 생물, 무생물과 대화를 할 때 수학을 사용하죠. 예를들면 수학으로 확인된 코로나19의 ‘감염재상산지수’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이런 점에서 수학은 어머어마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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