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육아에 지친 학부모들 “돌봄교실 늘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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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학부모 2038명 설문조사

코로나19로 공적 돌봄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자 학부모가 돌봄교실 확충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가책임 평등 돌봄 부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5월 5일부터 이달 2일까지 부산에 거주하는 영·유아와 초등생 부모 2038명을 상대로 온라인과 대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초등생 대상 확대 요구 최다
재난 상황도 학교 정상 운영
지역사회 시설 확대 뒤이어

부산의 영·유아와 초등생 학부모는 설문을 통해 ‘국가가 제공하는 보육 시설이나 돌봄 서비스 확충이 돌봄 정책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선호하는 초등학생 돌봄 정책’으로는 △돌봄교실 대상 학년 확대(58.5%) △재난 상황에도 학교 정상 운영(44.5%) △지역사회 돌봄 시설 확충(35.4%)을 꼽았다. 영·유아 돌봄 정책 중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국가 운영 보육 시설 확대(62.8%) △가정파견 아이 돌봄 서비스 확대 및 비용 지원(29.8%) △일-생활 양립 지원 제도 강화(29.1%)가 꼽혔다.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양육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증가한 가사노동(66.1%)을 꼽았다. 이어 △온라인 수업 및 과제 챙기기(33.9%) △감염 위험 및 부정적 시선으로 가정에 머묾(31.5%) △식비 및 돌봄 비용 증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28.2%) 등이 언급됐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7월 현재 부산에서는 299개 초등학교에서 초등 돌봄교실 677실이 운영 중이다. 돌봄교실의 혜택을 받는 초등학생은 1만 2943명에 달한다. 이 중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오후 돌봄교실은 530실이고, 3~6학년을 상대로 운영하는 방과 후 돌봄교실은 147실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돌봄교실이 14실 늘었고, 매년 교실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산시교육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소가 하늘의 별 따기다. 초등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이나 조손, 한부모 가정의 자녀에게 우선 입소권을 주고 있고, 교실당 인원수도 최대 25명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입소 대상자이더라도 입소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지난 16일 초등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돌봄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돌봄교실 운영 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로 늘어날 뿐 교실당 인원이나 교실 개수가 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맞벌이 가정 자녀인데도 포화 상태인 돌봄교실에 들어가지 못해 자녀에게 하루에 학원을 4~5곳이나 다니게 하는 방법으로 돌봄 공백을 메운다고 호소한다. 동래구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40대 진 모 씨는 “주변 워킹맘들을 살펴봐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연제구에 거주하며 초등학생 자녀 4명을 키우는 40대 안 모 씨는 “나라가 키워 준다는 것을 전혀 실감할 수 없고, 오히려 박탈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밝혔다. 안 씨는 “초등학교 2학년 쌍둥이인 둘째와 셋째가 올해는 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지만 3학년으로 올라가면 교실 수가 확 준다”면서 “내년에도 과연 이용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 유초등교육과는 “신입생과 입실 대기자의 수요를 반영해 교실 수를 정하고 있고, 매년 증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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