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스윙 스테이트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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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가 맞붙었다. 닉슨은 보기 드물게 50개 주를 모두 돌면서 유세해 전국 득표에서 케네디보다 4개 많은 27개 주에서 이겼다. 그런데 그는 정작 선거인단 선거에서 케네디에 84표 뒤진 219표를 얻어 낙선하고 만다. 이유는 특정 정당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한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를 놓친 데 있다.

열세로 시작한 케네디의 경우 처음 도입된 TV토론회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굳힌 게 주효했다. 이에 힘입어 케네디는 선거인단이 많은 주들에서 팽팽한 접전 끝에 승리함으로써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미국 대선은 현재 총 538명인 선거인단이 주를 대표해 선거하는 시스템이기 때문. 선거인단은 그 주에서 이긴 후보에게 투표한다. 아무리 근소한 표차로 이긴 후보라도 해당 지역 선거인단 표를 전부 갖는 승자독식 구조다.

스윙 스테이트는 미국 공화당이나 민주당 우세 지역이 아니어서 선거철마다 지지를 바꾸는 부동층이 많은 주를 말한다.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 그네(swing)처럼 표심이 오락가락한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중서부 주들이 스윙 스테이트로서 미 대선 향방을 좌우했다. 이곳에서 미국 양당은 선거자금의 70~80%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치기 일쑤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선 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조지아·텍사스주 등이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간 경합주로 꼽혔다.

국내에서도 유력 대선 주자가 드물었던 충청권이 뚜껑을 열어 봐야 승패를 알 수 있는 스윙 스테이트로 여겨졌다. 요즘은 부산이 스윙 스테이트로 떠올랐다. 내년 3월 대권을 꿈꾸는 여야 잠룡들이 부산을 경합 지역으로 보고 잇따라 방문하는 등 지역 민심 잡기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 이는 부산에 아직 확실한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어서다. 더욱이 부산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 손을 들어줬지만, 지난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땐 야멸차게 등을 돌렸다. 그런가 하면 2016, 2020년 총선에서 여야 어느 쪽에도 몰표를 주지 않는 전략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스윙 스테이트란 표현은 정치권의 시각이다. 유권자 입장으로 본다면 대선의 향배를 가르는 ‘캐스팅 보트(casting vote)’ 역할이 맞다. 책임이 막중해진 부산시민들이 대선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 공약을 철저히 따질 일이다. 진영논리를 떠나 부산을 발전시키고 시민 자존심을 살릴 정책 대결이 펼쳐지는 대선 정국을 바란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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