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의회 예결위 파행, 부끄러운 자치 부활 30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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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파행이 조속한 해결은커녕 갈수록 갈등의 매듭만 더 꼬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이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며 총사퇴했지만, 속된 말로 약발이 안 받는 모습이다. 사보임계를 낸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들은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사의를 굽히지 않고 있고,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도 위원장 재선출이 없을 때는 예결위를 보이콧하겠다고 나섰다. 애초 예결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의 계파 분쟁으로 야기된 사태가 이젠 외부로까지 확산해 여야 간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러다 예결위 파행을 넘어서 시의회 전체 기능까지 멈춰서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시의회 전체 일정에도 차질 불가피
자치분권 등 시민 숙원 해결 진력해야

원내대표단의 총사퇴는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어디까지나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일 뿐 예결위원장 선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원내대표단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리는 그대로 챙기면서 생색만 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기존 원내대표단 소속 의원 7명 중 5명이 예결위에 참여하는, 특정 계파가 예결위원 자리를 독식하는 구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당이 분란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원내대표단 총사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 내 반대 세력뿐만 아니라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도 민주당의 원내대표단 전원 사퇴 결정을 ‘보여 주기식 정치’로 평가절하하며, 민주적 절차에 따른 예결위원장 재선출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새 원내대표를 선임하고 예결위원들을 재선임한다고 해도 결국은 ‘반쪽 예결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한 해 18조 원에 달하는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의 예산권을 가진 예결위의 권위가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한 셈인데, 향후 예산 심의에서 어떻게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예결위의 파행은 시의회 전체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기관장 후보자 인사검증특위 등 여야 간 원내대표단의 조율 아래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민주당 원내대표단이 전원 사퇴하면서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판에 시의회가 올해 추경 심사를 마무리하면서 해외연수 예산을 반납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시민들을 위해 해외연수 예산을 반납하겠다’던 약속을 뭉갠 것이다. 1961년 군사정권에 의해 해산됐다 1991년 극적으로 부활한 시의회가 아닌가. 마땅히 자치분권 등 시민 숙원 해결에 진력해야 할 터인데, 지금의 난맥상은 보기에 몹시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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