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개 걷으니 악취 새는 초량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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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곧 마무리될 부산 동구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다시 ‘악취’에 발목이 잡혔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복개 구간에서 악취가 넘어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천수와 오수가 섞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근본적으로 유지용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19일 부산시에 따르면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은 ‘제2의 청계천’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예산 370억 원을 들여 2010년부터 진행해 온 사업이다. 애초 부산시가 밝힌 사업 구간은 중앙대로부터 부산고 입구까지 425m. 2017년 완공 예정이던 이 사업은 지연을 거듭하다가 결국 지난해 1단계, 2단계로 나눴다. 오는 8월 완공을 앞둔 것은 1단계 구간이다.
상류 하천수·오수 분리 안 돼 발생
내달 복원사업 완공 앞두고 ‘발목’
근본 해결책은 ‘충분한 유지용수’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은 공사 기간에만 변수가 발생한 게 아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초량천 일부 구간만 복개 도로를 걷어내게 되면서 뜻하지 않게 ‘악취’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특히 여름이 시작되고 기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복개된 구간의 하수구에서 악취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민원도 폭주한다. 초량천 인근에 사는 주민 최 모(36)씨는 “여름이 되면서 초량 생태 하천을 중심으로 악취가 점점 심해진다”고 토로했다. 초량천과 맞닿은 불백거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 모(67)씨도 “공사가 마무리 단계라는데 복개된 구간과 도로를 걷어 낸 구간 사이에서 악취가 계속 흘러나와 식당 문을 계속 열어 두기가 난감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악취의 원인을 초량천 상류에서 유입된 오수로 분석한다. 초량천에서는 생활오수와 자연하천이 서로 다른 관으로 분리돼 오수는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수와 하천수가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아 일부 오수가 자연하천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이다. 부산시는 초량천 일부가 복개된 상태로 공사가 마무리되면 악취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사 마무리 전까지 복개 구간 입구에 플라스틱 재질의 악취 차단망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19년 해운대구 우동천에서도 동일하게 뚫린 하수구를 통해 악취가 올라오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처방도 악취 차단방지망이었고, 차단망 설취 후 악취가 90% 이상 급감하며 성과를 거뒀다.

하천 전문가들은 초량천의 수질과 악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충분한 하천수가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최대현 사무처장은 “단지 새어 나오는 악취를 단기적으로 막는 걸 넘어 근본적으로는 수질개선에 목표를 두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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