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길이 수년째 ‘임야’… 뒤늦게 드러난 부산 북구청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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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준공된 부산 북구 ‘부산 솔로몬 로 파크’ 진입로.

부산 북구의 솔로몬 로 파크 인근 땅 소유주 A 씨는 지난해 이곳에 요양보호시설을 지으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의 땅과 이어진 도로가 있어 당연히 건축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도로의 지목이 임야로 되어 있어 건축허가를 받지 못한 것. A 씨는 “눈에 뻔히 보이는 도로를 임야라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며 “지목 변경 요청을 구청에 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 북구청이 도로를 닦아놓고 5년 넘게 해당 토지의 지목을 변경하지 않고 ‘임야’로 방치한 것이 뒤늦게 들어났다. 북구청은 ‘행정 착오’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A 씨 측은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2014년 로 파크 진입로 공사
도로로 지목 변경하지 않고 방치
인근 땅 소유주 건축허가 막혀
구청, 착오 인정 뒤에도 미적
부산시 “공원으로 지목 바꿔야”

북구청은 지난 2016년 구포동에 법 테마파크인 부산 솔로몬 로 파크(이하 로 파크)를 건립했다. 예산 207억 원이 투입된 로 파크는 8885㎡의 면적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2014년 시작한 로 파크 공사에서 북구청은 부지 조성과 진입로 건설을 맡았다. 로 파크로 이어지는 폭 8m, 길이 220m의 임야에 도로를 낸 것이다. 북구청은 2015년에 이 땅에 대해 ‘원활한 도로 건설 및 도로 유지 관리’를 목적으로 도로구역결정 고시까지 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지목을 ‘임야’에서 ‘도로’로 변경을 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뒀다. 지목은 토지의 사용 목적에 따라 종류를 구분하는 명칭으로, 전(밭), 답(논), 임야, 도로 등 30여 가지가 있다.

이 같은 행정 착오는 지난해 10월 도로 인근에 땅을 보유하고 있던 A 씨가 자신의 땅에 요양보호시설을 지으려다 들통이 났다. 해당 부지의 지목이 여전히 ‘임야’로 돼 있어 건축허가가 나지 않자 A 씨가 부산시와 북구청 등을 상대로 ‘지목을 변경해 달라’며 민원을 넣은 것.

북구청은 뒤늦게 행정 착오를 알게 됐지만, ‘지목을 변경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구청 건설과는 “당시에 도로 건설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지목을 변경하지 않은 것이 맞는다”면서 “하지만 해당구역은 로 파크 진입을 위해 만든 도로고 공원 부지라서 굳이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도로 부지 소유자인 부산시는 지목을 공원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공원관리과 측은 “공원에 있는 도로도 공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지목을 공원으로 변경하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당장 재산권 행사가 막힌 땅 주인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토지의 사용 목적을 표기하는 지목의 당초 취지와 다른 행정이라는 것이다. A 씨의 대리인은 “사업 시행자인 북구청이 도로 보상까지 해주면서 공사를 해놓고 정작 지목 변경을 누락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후 바뀌지 않으면 최후에는 행정소송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북구의회는 북구청의 안일한 행정을 질타했다. 북구의회 백종학 의원은 “당시에 북구청이 지목을 변경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행정 실수”라며 “현재 분명히 차와 사람이 오가는 도로로 이용하고 있는데 지목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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