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1~4호기 온배수 어민 피해 보상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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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고리원전 온배수 피해 조사’ 용역비 반환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한수원은 어업 피해 보상에 활용하기 위한 전남대(국가) 조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용역 비용을 돌려줄 만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1970년대부터 온배수 피해를 입은 어민들이 적합한 보상을 받는 데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수원 측은 용역 결과대로 보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을 예고한다.

2009~2012년 전남대에 용역
대법, 한수원 ‘용역비 반환’ 기각
‘온배수 피해 11.5㎞로 확대
미역 등 해산물 감소 영향’ 결과
한수원 “전남대 보고서엔 하자”
기장어대위 “결과 따라 보상을”

19일 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지난 8일 한수원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고리원전 온배수 배출과 어업인 피해 조사’ 용역비 반환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한수원이 국립대인 전남대(대한민국)에 지급한 용역비 9억 7233만 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것이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 1심과 올해 3월 서울고등법원 2심에 이어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앞서 한수원은 고리원전 1~4호기 온배수 영향 범위 등이 포함된 전남대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2015년에 소송을 제기했다. 기장군어업인피해대책위원회(이하 기장군어대위)와 합의해 2009~2012년에 조사를 맡겼는데, 온배수 확산(1도) 범위 8.45km에 어업 피해 범위 11.5km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온배수는 원전에서 냉각수로 활용되는 바닷물로, 온도가 7도 이상 높아진 상태에서 배출된다. 주변 해역 수온을 높여 미역 등 해산물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한수원은 2007년 발표된 부경대·한국해양대 보고서 내용보다 온배수 영향 범위가 확대된 결과가 나오자 소송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온배수 확산 범위가 5.7km, 어업 피해 범위는 7.8km로 조사돼 보상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이듬해 기장군어대위가 부경대·한국해양대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자 한수원은 전남대에 재조사를 맡기는 데 합의했지만, 정작 한수원 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표본 등을 문제 삼으며 법정 다툼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기장군 어민들이 온배수 피해에 적절한 보상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5년 기장군 18개 어촌계 1800여 명이 한수원과 피해 보상을 위한 조사에 합의했지만, 15년이 넘도록 용역 결과를 둘러싼 시비만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한수원은 부경대·한국해양대 조사 결과를 참고해 중간보상금 명목으로 10개 어촌계 어민들에게는 227억 원, 개인어업권(26건) 명목 108억 원을 지급한 상황이다.

기장군어대위 측은 “1978년 고리원전 온배수가 배출된 이후 1990년대 초반 기장군과 울주군 미역 피해 명목으로 17억 원이 지급된 게 전부”라며 “한수원이 전남대 재조사에 합의한 만큼 그 결과에 따라 보상 합의를 시작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소송 결과와 별개로 전남대 용역 내용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고리원전본부 관계자는 “전남대 보고서에 보상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는 전반적인 하자가 있어 그 결과대로 보상 금액을 산정할 수는 없다”며 “기장군 해역 조사 등 다른 방안을 찾아 조속히 어업 피해 보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탁경륜·이우영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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