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더 이상 ‘물건’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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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 법무심의관이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을 입법예고했다. 연합뉴스

반려동물 문화의 확산 속에 동물에 대한 법적·제도적 변화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민법상 ‘물건’으로 취급되던 동물이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갖게 돼 동물을 학대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의 제도적 관리를 위한 정부 차원의 동물 등록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반려동물 키우는 국민이 늘어나고, 동물 존중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동물에 대한 법적 지위를 변경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 동물은 민법 98조에서 ‘유체물’로 취급받고 있다.

법무부,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
독자적 법적 지위 부여하기로
반려동물 등록 사업에도 속도
미등록 땐 10월부터 과태료

이번 입법예고안은 민법에 98조의 2항을 신설해 동물을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동물을 그 자체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2018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9명(89.2%)이 민법상 동물과 물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법 개정 취지를 밝혔다.

정 심의관은 “법이 개정되면 장기적으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 수위도 국민의 인식에 더욱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동물보호나 생명 존중을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도들이 추가로 제안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입법예고안에서는 민법상 동물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정의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정하고, 구체적으로는 포유류와 조류,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파충류·양서류·어류로 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동물이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갖게 되는만큼, 동물에 대한 학대 범죄에 대해 현재보다 더욱 엄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진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9월 30일까지 반려동물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9월 30일까지 신규로 등록하거나 등록된 정보를 변경하면 미등록·변경 지연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동물 등록을 지원하고 있다. 대전은 반려동물 2300마리의 등록비용을 선착순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강원도도 동물등록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농식품부와 기초지자체는 자진신고 기간 이후인 10월부터는 공원, 산책길 등을 중심으로 동물등록 여부와 인식물·목줄 착용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며 “존중과 배려의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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