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곰 죽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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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기도 용인 곰 농장에서 탈출한 곰 한 마리가 보름이 넘도록 행방이 잡히지 않고 있다. 당시 2마리가 탈출해 1마리는 사살되었고, 환경단체들이 항의해 남은 한 마리는 생포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전에는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단체로 “용인시에서 탈출한 곰 죽이지 말아 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학생들은 “곰의 입장에서는 지금 많이 행복하고 다시 잡히고 싶지 않을 것 같다”라며 “대통령님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유를 만난 곰을 죽이지 말아달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넓은 동물원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의 바람과 달리 곰은 잡히면 사유재산으로 여겨 농장의 좁은 철창 안으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곰 탈출 사건을 계기로 웅담 채취를 위한 곰 사육은 동물 학대라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곰 사육은 1981년 국가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권장한 사업이다.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1985년 곰 수입을 금지했고, 이미 수입된 곰에 대해서만 웅담 채취를 허용했다. 2005년부터 10살 이상의 곰에 대해서만 웅담 채취를 허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농가들이 불법으로 곰을 증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곰을 불법 증식한 농장에 벌금을 부과하지만, 벌금보다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수용할 시설이 없어서 정부는 단속된 곰을 몰수할 수도 없다.

사육 곰들의 생활 여건은 참혹하다. 배설물이 뒤엉킨 좁은 철창에서 웅담을 채취할 수 있는 10살이 될 때까지 평생을 갇혀 지낸다. 상황이 이러니 곰들은 자기 발을 수시로 물고 철창 안을 계속 오가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곰 사육을 포기한 농장주가 15마리의 곰을 사살하려다가 동물단체가 구조한 일도 있었다.

사실 의학 전문가들은 웅담이 몸에 좋다는 건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섭취할 때 감염증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웅담 채취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뿐이다. 사육 곰 학대 논란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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