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하루1000명 대면하는데… 불안불안한 ‘KTX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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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확진자가 나온 지 일주일 뒤인 지난 14일, 코레일관광개발이 승무원 채팅방에 올린 메시지. 코레일관광개발 노조 제공

KTX 승무원 등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돼 큰 파문(부산일보 21일 자 1·3면 보도)이 일고 있는데, 해당 승무원이 확진 판정 직전에 2차례 KTX에서 근무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훨씬 많은 승객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코레일 측은 여전히 승무원의 감염 사실을 승객들에게 통보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 공공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비판이 인다. 코레일 측이 정식 검사가 아닌 자가검사키트를 직원들에게 권유하는 SNS 메시지도 추가로 확인됐다.

확진 승무원 판정 전 2차례 탑승
많은 승객 감염 위험 노출에도
코레일 “통보 의무 없다” 되풀이
“공공기관이 선제 조치 외면” 비판
노조 “내근직 회식서 확산” 주장

21일 부산 동구보건소와 코레일관광개발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8일까지 약 2주 간 코레일과 코레일 관광개발 소속 직원 8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 중 열차에 탔던 직원은 승무원 3명, 열차팀장 1명 등 총 4명이다. 첫 확진자는 대구에 사는 코레일 관광개발 소속 승무원 A 씨다. 그는 6일 확진 판정을 받기 이틀 전인 4일 오후 8시 5분 부산발 서울행 KTX와 5일 오전 7시 8분 행신발 부산행 KTX에 탑승했다. 열차 승무원은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승객과 대면한다. 이후 코레일관광개발에서는 7일 1명, 8일 1명, 12일 1명, 13일 1명, 17일 2명, 18일 1명 등 확진자가 속출했다. 특히 17일과 18일 확진된 2명은 능동감시자로 근무를 하던 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레일관광개발은 A 씨의 감염 사실을 통보받고도 A 씨와 함께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부산일보> 보도 이후인 21일에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염병 확진자의 이동경로, 접촉자 현황 등 관련 정보는 관련 사업자가 아닌 보건당국이 공개하도록 돼 있다”는 요지의 자료를 냈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특히 비수도권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연결하는 공기업이 선제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비판이 인다. 부산시 이소라 시민방역추진단장도 21일 <부산일보>에 “사업장 특성에 따라 방문객에게 선제적으로 연락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코레일관광개발은 그동안 승무원을 상대로 정식 검사가 아닌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권유해 온 사실도 확인됐다. 심지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일주일 뒤인 14일에도 승무원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달라고 공지했다.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조합은 “확진 이틀 전인 4일에도 본사에서 승무원 단체 채팅방에 자가검사키트의 안정성을 홍보하고 선제적 사용을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권유하는 것은 반복적인 승무원들의 보건소 검진으로 인력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윤선 노조 지부장은 “승객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승무원이 확진된 후에도 자가검사키트를 권하고 승객에게 이러한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조합은 이후 확진된 내근직 4명의 감염 경로로 회식을 의심한다. 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내근직들 사이에서 회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참석자 5명 중 1명이 7일 확진됐고 추가로 8일, 12일, 13일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회식 자리에서는 승무원에게 방역을 강조하는 관리팀장들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코레일관광개발 측은 “현재 자사 직원 전원에 대해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고, 자가검사키트는 보건소 검진이 어려운 경우에 빠르게 확진 여부를 검사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코레일 관광개발은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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