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가 ‘국립’ 넣어 개명하려는 까닭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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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경대? 부경국립대?”

부산의 국립대인 부경대가 대학의 대외 인지도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교명에 ‘국립’을 넣어 변경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보통 대학의 교명 변경은 비수도권 사립대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학령인구의 가파른 감소로 지역 국립대조차 생존을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이자 위기 극복을 위해 교명에 국립을 넣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최근 다른 국립대학에도 ‘국립’을 넣어 교명을 변경하는 일이 잇따른다. 대학들의 교명 교체 현상을 두고 단순한 ‘간판 바꿔달기’ 보다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부경대’‘부경국립대’ 포함
교명 변경 위한 설문조사 진행
국립대 강조해 인지도 올리기
경상대·목포해양대 ‘국립’ 개명
자체 경쟁력부터 높여야 지적도

부경대는 지난 19일부터 ‘부경대 교명 변경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조사에서 대학 측이 제시한 새 교명은 ‘국립부경대학교’와 ‘부경국립대학교’, ‘부경대학교’(현 교명 유지) 등 3가지다. 이와 함께 “교명 변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국립을 표기해 인지도 및 위상을 높임” “국립을 표기해 국립대학으로서의 공공성 및 책무성 강화” “대학분위기 쇄신 및 이미지를 개선시켜 새로운 도약의 기회 마련” 등을 답변으로 나열했다.

부경대는 내달 2차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개명안을 확정하면 교육부에 교명 변경을 신청한다. 국립대의 교명은 교육부 승인을 얻어야하기 때문이다. 부경대는 이번 설문조사의 추진 배경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 상황 속에 대학의 대외적인 인지도를 제고하고 국립대 위상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장영수 부경대 총장은 “현재 부경대 교명에는 공식적으로 ‘국립’이 빠져 있어서 교명 변경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이다”면서 “부울경에서는 부경대가 국립대인 사실을 누구나 알지만 부울경만 벗어나면 사람들이 이를 잘 몰라서 개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경대를 비롯한 비수도권의 국립대들도 교명에 국립을 넣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대의 경우 경남과학기술대와 통합 뒤 올해 교명을 ‘경상국립대’로 변경했다. 목포해양대 역시 지난달 29일 열린 전체 교수회의에서 4개 교명을 놓고 투표를 벌인 결과 ‘해양국립대’로 교명을 바꾸기로 의결했다. 목포해양대도 학령인구 위기를 극복하고 제2 도약을 위해 교명 변경을 추진했다.

이처럼 지역 국립대들이 교명에 굳이 국립을 넣어 국립대임을 강조하는 것은 국립대 간판을 내세워 더 많은 입학생을 끌어오겠다는 포석이다. 부산만 하더라도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학생이 2만 7000명에 불과하지만, 부산 4년제 대학 정원만 3만 명이 넘는다. 이 때문에 지난 입시에서 국립대, 사립대 할 것 없이 신입생 모집 절벽에 따른 고통을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지역 대학의 한 관계자는 “자체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부터 완화하는 게 급선무일 것 같다”면서 “교명에 국립을 넣는다고 학생을 더 많이 끌어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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