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 만들기에 나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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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부산사상시니어클럽 실장

“사회복지사도 그림책 작가도 모두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일이죠.”

부산사상시니어클럽 이상옥 실장은 두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다. 사회복지사와 그림책 작가, 두 일의 연관성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이 실장은 “관계가 있다”고 답한다. 이 실장은 2002년부터 사회복지사로 일해 왔다. 부산 서구·중구 지역자활센터를 거쳐 현재는 사상구에서 어르신 일자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림책 공모전 당선돼 작가로 변신
난민 차별·혐오 다룬 ‘밀어내라’ 호평
이달 ‘돌아갈 수 있을까?’ 세 번째 발간

이 실장은 2016년 처음으로 도전한 그림책 공모전에 당선되며 그림책 작가가 됐다. “유기동물을 주제로 한 첫 그림책 출판 뒤 두 번째 책을 고민하는데, 사회복지사로서 의미 있는 책을 내고 싶었어요.” 당시 난민 문제가 세계적으로 큰 이슈였다. “혐오와 차별에 관한 그림책을 만들어 보려고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 자료 요청 전화를 했죠.” 이 인연으로 그림책 <밀어내라>(한솔수북)는 유엔난민기구의 감수를 받았다. “처음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더니 아이들 책으로는 ‘내용이 너무 세다’며 퇴짜를 놓는 곳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한솔수북은 내용이 좋다며 신인인 제 글을 볼로냐라가치상 수상자인 조원희 작가의 그림과 연결해줬어요.”

<밀어내라>에서 어른 펭귄들은 붉은 막대기로 다른 펭귄이 오는 것을 막는다. 어른들이 “오지 마라” “밀어내라”를 외치는 사이 얼음이 깨져 아기 펭귄들은 멀리 떠내려간다.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짚어낸 이 책은 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도서, 2020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 한국 그림책 등에 선정됐다. 현장에서 교육용 도서로도 호평을 받는다.

“초등학교에 가서 그림책 관련 강의를 했는데 A4 용지에 빼곡하게 질문이 적혀 있더군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친구들이라면 차별과 혐오는 하지 않겠구나 싶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 실장은 아이들에게 ‘작가님도 저런 막대기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나도 있다고,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고 대답해줬어요.”

이달 초 ‘작가 이상옥’의 세 번째 그림책이 나왔다. <돌아갈 수 있을까?>(한솔수북)는 북극 동물들이 녹아내리는 빙하에서 탈출해 무지개 섬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그는 이번 책에선 독자들이 기후 위기 문제를 제대로 마주하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안 돼’ 수준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기후 위기가 너무 심각합니다. 어른들이 읽으면 불편한 그림책을 시리즈로 만들어서, 생각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변화를 끌어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 실장은 최근 네 번째 그림책 계약을 마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소재로 한다. “앞으로도 계속 사회복지적 개념이 묻어나는 글을 쓸 것 같아요. 장애인이나 치매 관련 그림책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어요. 그림책으로 사회복지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것, 이것이 제가 그림책 작가가 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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