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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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택 서울본부장

차기 대통령선거가 정확하게 226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3월 9일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새로 선출된다. 그야말로 새 지도자를 맞이할 희망에 부풀어 있어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최근의 진행 상황을 보면 ‘축제의 장’이 아니라 완전히 난장판이다.

이번 대선, 축제의 장 아닌 난장판 변질
유력주자·정책대결없고 흑색선전 난무

민주당은 ‘친문 적자’ 논쟁에 허우적
범보수는 오직 ‘정권 심판론’만 외쳐

후보는 미래 발전 그랜드 디자인 제시
유권자는 유능한 선장 냉정하게 판단


이번 대선은 ‘3무(無) 선거’다. 확실하게 선두를 달리는 ‘유력주자’가 없고, ‘정책대결’은 물 건너 간 형국이다. 여기에 심각한 이전투구를 정리할 당내 ‘컨트롤 타워’도 없다. 그 대신 인신공격과 네거티브,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의혹 부풀리기가 끊이지 않는다. 우군은 별로 없고 적군만 즐비한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뒤죽박죽 선거’다.

먼저 후보 난립이 심각하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8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2명이 컷오프 돼 6명이 뛰고 있고, 범보수 진영은 20명에 가깝다. 역대 최대 경쟁률이다. 지명도가 전혀 없는 사람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만큼 기존 후보를 무시한다는 얘기다. 아니면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를 우습게 아는지도 모른다. 하기야 지금까지 12명의 대통령이 배출됐지만 존경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각 진영의 경선 진행 상황은 더욱 한심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문 적자’ 논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고, 범보수 진영은 ‘정권심판론’에 빠져 있다. 몇몇 하위권 주자들만 겨우 ‘미래’를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 1~2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둘러싼 ‘적통 논쟁’부터 친문(친문재인) 표심 경쟁, ‘백제 발언’ 등을 놓고 사생결단식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가 보다 못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공격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범보수 진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력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오로지 ‘정권 심판론’만 외치고 있다.

총선과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평가이지만 대선은 ‘미래와의 전쟁’이다. 국가 발전을 위한 거대 이슈를 선점하는 사람이 결국 승리한다. 전·현직 대통령을 이용해선 1인자가 될 수 없다. 오죽했으면 노 전 대통령의 사위(곽상언 변호사)가 나서 “노무현을 선거에서 놓아 달라”고 공개 하소연까지 했겠나.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이 언제까지 ‘노무현’과 ‘문재인’을 팔아먹을 것인가.

범보수 후보들은 ‘구상유취(口尙乳臭)’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윤석열은 우리나라에서 단 한번도, 아니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제3지대’에 집착하고 있다. 우리와 미국처럼 양당정치가 자리 잡은 국가에선 ‘제도권 밖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 게다가 윤석열은 정체성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메시지가 오락가락하고 있고, ‘집토끼’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산토끼’ 쫓는다고 진보진영 주변을 얼쩡거리고 있다.

최재형은 여전히 ‘감성팔이’에 매몰돼 있다. 그가 두 아들을 입양해 잘 키웠고, 몸이 불편한 친구를 2년 간 업고 등하교한 사실은 충분히 존경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자신만의 리더십과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재형의 부산 행보는 기대에 못미쳤다. 그는 지난 17일 부산을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했다. 아사 직전인 부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는 한가하게 쓰레기 치우는 일을 했다. 그 당시 최 전 원장 주변에선 “최재형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완전히 실망했다”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더욱 심각한 점은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지방’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을 방문할 때 형식적으로만 잠시 공약을 언급할 뿐 일관되게 지역균형발전을 얘기하는 후보는 거의 없다. 그들에겐 ‘서울’만 있다.

내년 5월 임기가 시작되는 새 대통령은 할 일이 너무 많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비정상의 정상화’를 단행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너무 많았다. 새 대통령은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야 하고, 한반도 주변 4대국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교육도 바로 세우고 노조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문제도 바로 잡아야 한다. 지역균형발전도 최우선 과제이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위상을 찾을 수 있게 그랜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유권자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대선은 인기투표가 아니다. 단순히 호감이 간다고, 인간성이 좋다고, 스토리가 있다고 뽑아선 안 된다. ‘위기의 대한민국호’를 살려낼 유능한 선장이 누구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대선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나 자신과 가족의 미래가 걸려 있다.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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