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엔지니어가 예술로 깨어낸 보이지 않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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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창엽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전

보이지 않는 과학 현상을 예술로 보여주는 장이 마련됐다.

전자 엔지니어에서 시각예술가로 변신한 옥창엽 작가의 개인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잠든 것도 아닌’이 30일까지 부산 사하구 다대동 홍티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들의 릴레이 개인전 중 다섯 번째 전시이다.

옥 작가는 우주방사선 감지기 개발 프로젝트 등에 참여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의 이면에 회의를 느껴 작가로 전향했다. 그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센서, 빛을 활용해 인간의 감각으로 직접 느낄 수 없는 자연과 과학 현상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옥 작가는 “과학, 전자기술, 음악, 무용 등 여러 학문을 결합한 다학제적 작업을 지향한다”고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그동안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단체전 등에 참여했던 옥 작가는 이번에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신작 2점을 포함해 총 4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흩어지는 것에 대하여’는 우주방사선이 지구 대기권에 충돌하면서 발생되는 ‘뮤온입자’라는 과학적 현상을 소재로 한다. 옥 작가는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도 보이지 않는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입자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작품 위 뮤온 감지기가 떨어지는 입자를 감지하면 빛과 소리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기술의 도움 없이 인간이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드러낸다.

‘보통의 화음’은 부산 레지던시 기간 중 수집한 일상의 소리를 편집한 영상·소리 설치작업이다. 일상 속 소리가 합쳐져 팬데믹 시대에 우리의 일상을 노래한다. 작업 후반부에 등장하는 부산항 앞바다에 떠 있는 배의 모습과 뱃고동 소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이다.

‘COMA’는 기술에 의해 세워지고 통제되는 현대사회와 개인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흑연으로 빽빽하게 쓰인 숫자 ‘0’은 사람의 손으로 쓰여져 모두 다른 형태를 가진다. 도시의 건물이나 군중 이미지 같은 ‘군집된 0’과 대비되는 것이 LED 불빛으로 표현된 숫자 ‘하나’이다. 작가는 이 ‘하나’에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했다.

‘떨어지는 눈물은 슬픔을 보지 못한다’는 중력과 질량을 눈물과 감정으로 치환한 작업이다. 특수처리 된 철 표면 위로 눈물이 흐르는 영상을 맵핑으로 표현했다. 옥 작가는 “다학제적 작업을 통해 인간과 사회, 기술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깨어있는 것도 아닌, 잠든 것도 아닌’=30일까지 홍티아트센터. 051-263-8661.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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