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유지 무단 점유·무단 벌목한 사찰… 그냥 지켜본 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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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 남산동 회룡선원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사찰이 설치한 야자매트가 깔려있다. 금정산국립공원시민추진본부 제공

부산 금정구의 한 사찰이 장기간 시유지를 무단 점유한 것도 모자라 산림까지 훼손하고 있지만 관할 구청인 금정구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사찰이 상습적으로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며 경찰 고발을 준비 중이다.

금정구 남산동 금정산 6번 등산로에는 최근 500m 길이의 야자매트가 깔렸다. 이 곳에 위치한 무명사와 산하 교육기관인 회룡선원이 불법으로 설치한 시설물이다.

무명사·회룡선원 14년간 점유
산책로 매트 깔고 평상 만들어
금정구 매년 40만 원 변상금만

지난 23일 오후 <부산일보> 취재진이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곳곳에 베어진 나무가 나뒹굴고 있고, 임의로 등산로를 폐쇄한 흔적까지 발견됐다. 부산NGO시민연합 등 환경단체는 “무명사가 나무를 베는 등 등산로를 무단으로 훼손한 뒤 야자매트를 설치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불법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명사는 2019년에도 회룡선원으로 이어지는 약 400m 길이의 산책로에 무단으로 콘크리트 포장 공사를 했다가 금정구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직경 30cm가 넘는 나무 37그루를 무단으로 벌목해 산림자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회룡선원이 터를 잡은 남산동 인근 부지 역시 엄연히 부산시 소유의 시유지다. 그러나 회룡선원은 2007년부터 이 부지를 14년간 무단으로 점유 중이다. 부산시 소유 토지 3121㎡를 마당으로 활용하면서 평상 등 여러 시설물도 만들었다. 화장실을 포함한 위반 건축물 2동도 건립해 사용 중이다.

수년간 반복되는 불법행위에도 무명사는 시설물 설치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무명사 측 관계자는 “무단벌목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있다면 성실히 받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불법행위의 악순환에는 금정구청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몫한다.

현행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공유재산을 점유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한 경우에는 원상복구 또는 시설물의 철거 등을 명하거나 이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단 사용자에 대한 고발 조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금정구청 공원녹지과는 2019년까지 해당 사찰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주장한다. 무명사가 불법 도로공사를 진행했다는 당시 <부산일보> 보도 이후에야 1년에 40만 원 수준의 변상금만 징수하고 있다.

금정구청은 무명사 측이 설치한 시설물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정구청 주제현 산림관리팀장은 “해당 사찰이 부지를 마당으로 사용하고 있어 원상복구 조치라고 할 수 있는게 없다”며 “해마다 변상금은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설치 시설물에 대해서도 “사찰 관계자뿐만 아니라 등산객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 놔두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무단 벌목과 등산로 훼손을 일삼는 무명사를 경찰에 공유재산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NGO시민연합 김흥숙 상임대표는 “금정산은 시민의 재산인데 사찰이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산림훼손까지 일삼고 있다”며 “시설물을 당장 철거하지 않으면 경찰 고발까지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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