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양궁 단체 9연패 ‘쾌거’… 한국 초반 부진 ‘탈출구’ 되나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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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류수정(왼쪽) 감독과 장민희, 강채영, 안산 선수가 금메달 확정 뒤 서로 끌어안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류수정(왼쪽) 감독과 장민희, 강채영, 안산 선수가 금메달 확정 뒤 서로 끌어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양궁이 올림픽 9연패에 성공하며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전 종목 석권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펜싱, 태권도, 사격 등 전통적인 메달 종목이 부진한 가운데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승전보로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게 됐다.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꺾고 금메달을 걸었다.

특정 국가·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

전날 김제덕·안산 혼성전 ‘금맥’ 물꼬

강채영·장민희도 올림픽 첫 금메달

현지 환경 고려 해안가 특별훈련 주효

펜싱·태권도·사격 종목 부진 전환 기대

이로써 여자 양궁 단체전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9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달성했다. 9연패는 특정 국가의 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이다. 케냐가 육상 장거리 장애물 경기에서 1984년 LA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가져간 바 있다. 미국도 남자 수영 400m 혼계영에서 같은 횟수의 연속 금메달 기록을 세워 최다 기록을 나눠 갖고 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23일 열린 개인 예선 랭킹 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안산, 장민희, 강채영 순으로 1∼3위를 휩쓸어 일찌감치 메달 가능성을 키웠다.

전날 김제덕과 짝을 이룬 혼성단체전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안산은 도쿄올림픽 첫 2관왕에 올랐다. 수년간 세계 최강의 여궁사로 이름을 날렸으나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던 강채영은 애타게 바라던 금메달을 드디어 목에 걸었다. 대회를 앞두고 여러 차례 치러진 자체 평가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장민희도 제 몫을 다 해내며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의 기쁨을 만끽했다.

올림픽마다 현지 환경을 고려한 특별훈련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양궁협회는 5월 유메노시마공원과 입지 조건이 비슷한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바닷가 특별훈련을 했다.

‘태극 궁사’들은 해안가에 위치해 바닷바람, 습도, 햇빛 등이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 속에서 훈련하며 도쿄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경험했다. 진천선수촌에는 아예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 ‘세트’를 만들어 놓고 매일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

여기에 경기 내내 서로를 격려하는 끈끈한 팀워크도 더운 날씨 속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날도 강채영, 장민희, 안산 세 선수는 평소 훈련때 하던 대로 서로에게 ‘엄지 척’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전날 김제덕과 안산의 혼성전 우승으로 ‘금맥’의 물꼬를 텄다. 긴장의 순간마다 터진 김제덕의 ‘목청’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제덕은 혼성전 16강 방글라데시와의 경기에서 ‘코리아 파이팅!’이라고 기합을 넣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네덜란드와의 결승전 세트 점수 2-2로 팽팽한 대결을 이어가던 순간 김제덕이 다시 ‘파이팅!’을 외쳤다. 얼음장처럼 냉정한 표정의 안산도 이번만큼은 목이 터져라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안산은 혼성전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제덕이가 ‘코리아 파이팅!’이라고 많이 외쳐 준 덕에 긴장이 풀리고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사선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혼성전과 단체전으로 기세를 올린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은 26일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 릴레이’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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