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목포해양대, 교명 놓고 행정소송까지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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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학교 전경. 부산일보DB

전남의 목포해양대가 교명을 ‘해양국립대학교’로 변경하려 하자 부산의 한국해양대가 행정소송까지 거론하며 격렬하게 반발한다. 한국해양대의 정식 명칭은 ‘국립한국해양대학교’다.

한편으로 두 대학의 개명 추진 명분과 반대 이유를 떠나, 국립대조차 피할 수 없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대학의 충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학생 유치·생존 위해 위해 꼭 필요”
목포해양대 ‘해양국립대’로 변경 추진
한국해양대 “유사 교명” 즉각 반발
교육부에 “강력 반대” 의사 전달
학령인구 감소, 지역국립대도 충격파

한국해양대 도덕희 총장은 “목포해양대가 ‘해양국립대’로 학교 이름을 변경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27일 밝혔다. 도 총장은 “함께 해양 전문 교육을 선도하는 학교 입장에서 유사한 교명은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교명을 변경하면 행정소송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목포해양대는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해양국립대학교’ ‘한국해양과학기술대학교’ ‘해양과학기술대학교’ ‘국제해양대학교’ 중 55%의 표를 얻은 ‘해양국립대학교’를 새 교명으로 결정했다. 현재 교육부에 교명 변경 신청 절차를 준비 중이다. 교육부에 신청서가 접수되면 3~5개월 안에 교명이 변경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목포해양대는 2015년부터 교명 변경을 추진해 왔다. 학생과 교직원, 지역 주민 등을 상대로 7차례에 걸친 설문조사를 거쳤고, 동문회에도 의견 수렴을 실시했다. 그 후 2018년 6월부터 학교 명칭 변경에 관한 각종 계획을 수립해 추진을 본격화했다.

목포해양대의 이 같은 교명 변경 소식을 접한 한국해양대는 즉각 반발해 교육부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한국해양대의 정식 명칭은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목포해양대가 새 교명으로 추진 중인 ‘해양국립대’와 단어 순서만 다를 뿐 매우 유사하다는 게 한국해양대의 반대 이유다.

한국해양대 캠퍼스 여론도 목포해양대의 교명 변경에 반갑지 않은 반응이다. 한국해양대 3학년 김 모(22) 씨는 “소문인 줄 알았는데 진짜 바꿀 줄 몰랐다”면서 “목포해양대와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국해양대에 입학했는데, 비슷한 이름으로 바꾼다니 썩 반갑지는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4학년 윤 모(26) 씨도 “포털에 우리 학교를 검색했을 때 그 학교로 잘못 유입되는 사례가 생길 것 같다”며 “바꾸더라도 유사한 이름 말고 차별화한 이름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해양대는 교육부에 목포해양대의 교명 변경 신청서가 접수돼 전국 대학에 의견 회람이 시작되면 공식 반대 의사를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목포해양대의 교명이 계획대로 변경될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해양대 학생회도 단과대학 명칭 변경에 관한 학생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에서 목포해양대의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도 함께 수렴하는 등 대학본부를 거들기로 했다.

하지만 목포해양대는 교명 변경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목포해양대 측은 “저출산 고령화로 2023년에는 지방대학 대부분이 학생 수 미달 또는 폐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면서 “학생 유치와 정부 재정 지원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 대학 혁신이 필요했고,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도 있었다”고 교명 추진 배경을 밝혔다.

한국해양대의 반대와 향후 법적 다툼에 대해서는 “아직 교육부에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신청이 완료된 뒤 소송이 제기되면 그때 다시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는 해양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특수목적 대학으로 국내 둘뿐인 해양 전문 국립대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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