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는 맛’ 사라진 콜림픽에 날아간 ‘특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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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올림픽>

27일 오후 코로나19로 한산한 부산 동구의 한 식당에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는 TV만 켜져 있다. 코로나로 올림픽 특수가 실종되자 ‘콜림픽’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재찬 기자 chan@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올림픽 특수’를 기대한 것이 욕심이었을까.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에 주점을 차린 장 모(46) 씨는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소박한 특수를 꿈꿨다. 하지만 장 씨의 기대는 올림픽 개막 일주일도 안 돼 무참히 깨졌다. 평소보다 주말 식자재 발주량을 늘렸지만, 주말이 지나도록 주문량의 절반을 쓰지 못했다.

지난 25일 오후 한국과 루마니아의 조별 축구 예선전이 열렸지만 11개 주점 테이블 중 손님이 자리잡은 것은 단 3개뿐. 그마저도 경기를 다 보지 않고 손님들이 도중에 술자리를 떠났다. 장 씨는 “올림픽 기간인데도 코로나19 이전 주말보다 못한 매출을 올렸다”며 “코로나19 감염이 심각해지고 인원 집합 금지 조치 등으로 올림픽 열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집합 금지에 올림픽 열기 ‘찬물’
식당서 TV로 경기도 보지 않아
코로나 이전 주말보다 매출 적어
주문 폭주 기대 자영업자 ‘실망’


해를 넘긴 코로나19 사태가 결국 지구촌 축제마저 집어삼키고 있다. 지난 23일 막을 올린 2020 도쿄올림픽이 4차 대유행과 겹치며 ‘역대 최악의 올림픽’ 신세를 면치 못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되고 덩달아 방역수칙까지 강화됐다. 올림픽 열기가 퍼지지 못하자 코로나19에 지친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코로나가 올림픽 특수마저 감염시켰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올림픽이 아니라 ‘콜림픽(코로나 올림픽)’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나왔다.

27일 시청률 조사업체인 TNMS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개막식 지상파 3사 전국 가구 시청률은 금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송됐음에도 16.5%(KBS 8.2%, SBS 4.6%, MBC 3.7%)에 그쳤다. 이는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개막식 시청률 3사 합계 36.7%보다 20.2%포인트(p) 낮은 것이다. 직전 열린 2016 리우올림픽 개막식 시청률(20.8%)보다도 4.3%p 낮은 수준이다.

축구 등 인기 종목과 한국 대표팀 메달 결정전 등에서는 가뭄에 콩 나듯 높은 시청률이 나오긴 하지만, 이마저도 올림픽 열기로는 이어지지 못한다는 게 자영업자의 하소연이다.

동래구 명장동에서 배달 위주 치킨집을 운영하는 안 모(51) 씨도 이번 주 내심 ‘주문 폭주’를 기대했지만 매일 밤 실망감 속에 가게 문을 닫는다. 안 씨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리기라도 하면 치킨 튀길 손이 부족해서 더 못 팔았는데, 이번 올림픽 기간에는 주문이 평일 수준이랑 다를 게 없다”며 “시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덜한 것 같다”고 전했다.

부산 시내 번화가 상가에서는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피서철 특수에 올림픽 특수까지 놓친 터라 상실감은 더 크다.

장영국 해운대구남로상인회장은 “올림픽 기간에 식당을 운영하면서 ‘TV 좀 틀어달라’는 요청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올림픽에 대한 시민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특수를 기대하며 버텨온 상인들은 허탈감만 토해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올해 해운대는 해운대답지 않고 올림픽도 지구촌 행사 같은 느낌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올림픽 특수가 사라진 것은 방역 수칙이 강화된 영향이 크다. 경기를 보고 함께 음주를 즐기는 분위기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재훈(33) 씨는 “올림픽 하면 ‘함께 보는 맛’과 ‘함께 마시는 맛’이 중요한데, 둘 다 할 수가 없어 흥이 안 생긴다”며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보고, 맥주를 마시며 사람들끼리 얼싸안고 올림픽을 즐기던 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올림픽 시작과 동시에 틈새 효과를 노리던 스포츠 학원 관계자들도 표정이 밝지 않다. 탁구에서 신유빈 선수가 50대 최고령 선수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고, 양궁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학원으로 오는 전화는 예전 같지 않다.

연제구의 한 탁구교습소 관계자는 “올림픽 등 화제가 된 경기를 보고 아이를 데리고 학원을 찾는 학부모가 꼭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직 없다”며 “이번 올림픽으로 신규 등록생 특수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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