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소비세율 찔끔 인상, 말만 앞세운 ‘재정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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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2단계 재정분권을 마무리하는 입법이 결국 아쉽게 끝이 났다. 당정청은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1%에서 25.3%로 4.3%포인트 인상해 지방재정을 1조 원 늘린다는 데 합의했다. ‘재정분권·지역소멸대응기금’을 통해 1조 원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지방소비세율 찔끔 인상은 매우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지방소비세율을 7%P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기획재정부가 반대하자 4.3%P 인상으로 뒤로 너무 많이 물러섰다. 정부의 ‘재정분권’ 의지는 역시나 말만 앞세운 것이었다.

국세·지방세 비율 7 대 3에도 미달
대선서 ‘자치분권’ 활발 논의 기대

이번 추진안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현재 7.37 대 2.63에서 7.26 대 2.74로 조정된다. 정부의 당초 재정분권 목표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임기 내에 6 대 4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4 대 2.6으로 조정했고, 6 대 4 비율은 장기 과제로 미뤘다. 올해 들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 대 3으로 목표를 다시 하향 조정했다. 낮추고, 또 낮춘 목표마저 미달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코로나 국란 극복 과정에서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사정을 감안해 2단계 재정분권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소멸의 속도는 무섭도록 가팔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 부산 인구의 타시도 순유출은 1만92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배가량 늘었다. 지금은 속도 조절은커녕 재정분권의 속도를 낼 때다.

민주당의 추진안을 믿고 지방소비세 17조 5400억 원을 기대했다 1조 원 규모로 결론이 났으니 지역에서 느끼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논란이 많았던 코로나 재난지원금 1인당 25만 원씩 지급에 드는 예산이 11조 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도 그렇다. 지방소비세율 찔끔 인상을 주도한 기재부의 머릿속에 지방이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러니 차기 정부에서는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청와대로 가져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일극주의 해체를 기치로 내세웠지만 실제로 지방분권에 기울인 노력은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그친 게 사실이다.

올해로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았다. 자치분권의 핵심이 바로 재정분권이다. 재정권한 없는 지방자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연된 시간만큼 앞당겨지는 ‘지방소멸’을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재정분권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 3단계 재정분권에 대한 논의는 발등의 불이다. 수도권에 쏠린 경제·문화·사회·행정력을 분산해 지방소멸을 막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과감하고도 급진적인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요구된다. 지방소비세율을 현실에 맞게 높이고 자주 재원을 확충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내년 대선에서도 자치분권을 위한 재정분권 방안이 핵심 아젠다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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