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시장의 안전판,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장우 부산대학교 금융대학원장

BTS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코리아 여성 골퍼들의 LPGA 쾌거를 잇는 낭보이다. BTS가 지난 5월 발표한 ‘Butter’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차트 1위로 등극한 후 무려 7주째 차트 1위를 유지 중이다. 이런 경우는 빌보드 역사상 8회에 불과하다고 하니 마치 한류 문화의 르네상스 시대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것만 같아 감격스럽다. 이에 힘입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BTS의 소속사 ‘하이브’의 주가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하이브’는 작년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미국 거대 기획사 ‘이타카’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차원의 문화사업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역사적으로도 문화와 금융은 불가분의 관계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문화의 중흥기인 르네상스 시기에 현대적 은행의 형태가 처음 생겨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 시기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무역이 매우 활발하여, 무역업자들은 자금의 융통 및 예금 등이 필요했다. 이런 돈의 흐름은 긴 벤치(banco) 위에서 주로 이루어졌고, 이것이 현대적인 ‘은행(bank)’의 시초라고 한다.

벤치를 놓고 영업하던 자들은 때때로 고객의 돈을 돌려주지 못해 영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기도 하였는데, 돈을 돌려받지 못해 화가 난 사람들은 해당 업자를 찾아가 벤치를 부숴버렸다고 한다. 부서진 벤치를 의미하는 라틴어 ‘bancus ruptus’가 ‘파산(bankruptcy)’의 어원이 된 계기이다. 과거에는 돈 장사하는 사람들이 파산하면 단순히 영업하던 벤치가 부서지는 것으로 끝났지만(물론, 예금주들은 맡긴 돈을 찾지 못했지만), 만일 지금 금융사가 파산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08년에 미국의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극심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있었고, 이에 따른 여파로 국내에 설립된 리만 브라더스 증권은 폐점되었다.

이런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중앙청산소(CCP)이다. CCP는 모든 금융상품 거래자에 대해 거래상대방이 되어, 거래 이후 발생하는 모든 업무(예를 들어 대금 결제 등)를 책임진다. 현재 국내 유일의 CCP는 부산에 있는 한국거래소의 청산결제본부이다. 당시 리만 브라더스 증권이 영업 정지되었을 때, 한국거래소가 CCP로써 리만 브라더스 증권을 대신하여 대금 결제 등 업무를 수행하여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시켰던 역사가 있다.

CCP는 이렇게 갑자기 발생할지 모를 위기 상황을 대비하여 다양한 재원을 미리 준비해 관리한다. 하지만 손실이 미리 준비한 자금보다 훨씬 더 크면 CCP 자체가 파산하게 될 것이다. CCP 파산 영향은 해당 국가를 넘어 글로벌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CCP의 파산 방지 및 억제 제도가 CCP에 대한 ‘복구’와 ‘정리’이다. ‘복구’는 추가 재원 확보 및 시장 안정화 등과 관련된 제도이며, ‘정리’는 복구로도 CCP의 원상회복이 불가능할 경우 CCP에 또 다른 재원 등을 투입하거나 CCP 파산절차를 진행시킬지 등과 관련된 제도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CCP가 더욱 중요해져, ‘대마’가 되어 버린 CCP를 ‘불사’시켜야 할 복구 및 정리 제도가 현재 국제적인 화두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부산 본사에 청산결제본부를 신설하고 글로벌 Top 5 CCP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도약의 성공을 위해서는 위기관리가 필수이며, CCP의 위기관리 완성은 복구 및 정리 절차이므로, 국내의 법률체계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국제적으로 복구 및 정리제도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거래소는 어떠한 위기 상황이 찾아와도 CCP라는 벤치(banco)가 절대로 부서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한국거래소의 CCP가 BTS, LPGA, 삼성전자를 위시한 글로벌 대한민국 기업들에 이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