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81) 랫팩 ‘The Rat Pack: Live At the S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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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소개해 드리는 음반은 오래 전에 나온 것입니다. 1963년에 녹음된 라이브 레코딩인데요. 저도 태어나기 한참 전에 나온 음반이지요. 그때 우리 주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잠시 살펴보면 부산직할시가 생겨났고요. 또 비틀즈의 첫 정규앨범이 발매되었는가 하면, 처음으로 국내에 라면이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 시대의 기사와 사건을 살펴 보니 그 시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음악과 문화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이 음반을 듣게 되면 이러한 호기심을 넘어 이 음악이 녹음된 그 시간과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지요.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상이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는데요. 이 음반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알 수 없는 우리 삶의 노스탤지어와 낭만을 무척 자극합니다.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tra)’와 ‘딘 마틴(Dean Martin)’, 그리고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Sammy Davis Jr.)’가 함께한 앨범 ‘The Rat Pack: Live at the Sands’는 1963년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샌즈호텔에서 열린 쇼의 실황 음반입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엔터테이너였다는 수식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연기자이자 가수이죠. 딘 마틴 역시 당대의 유명한 가수와 배우 그리고 코미디언이었습니다. 1965년에는 텔레비전에서 그의 버라이티쇼 ‘딘 마틴 쇼’를 방영했을 정도였습니다.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역시 미국의 무대를 빛낸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의 배우이자 가수, 그리고 댄서이자 코미디언입니다.

그래서 이 음반을 듣는 것만으로도 당대 최고 엔터테이너들이 함께한 무대에 대한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라이브 쇼뿐 아니라 영화와 TV 등 각종 무대에서 함께 활약했는데요. ‘랫팩(Rat Pack)’은 일종의 이들 모임을 일컫는 용어였습니다. 이들은 영화 ‘카사블랑카’로 유명한 세기의 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영화 ‘소유와 무소유’의 로렌 바콜의 로스엔젤레스 집에서 자주 사적인 모임을 하며 친목을 돈독히 했죠. 이들은, 각자만으로도 충분히 유명 아티스트들이었지만, 이렇게 함께 모여 영화와 공연을 하며 더욱 그들의 명성을 공고히 합니다. 예술 분야뿐 아니라 당시 정치와 사회 분야까지 그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지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가 출연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원작은 1960년 바로 이들 모임이 출연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만담이 곁들여지는 스탠딩 코미디, 고전적인 대중음악 쇼의 기원, 그리고 아메리칸 송과 재즈 오케스트라의 가장 원초적인 낭만이 이 앨범에 녹아 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앨범 속 음악의 매력을 푹 빠지게 되면서, 마치 행복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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