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일상 통한 전쟁과 평화 ‘평행 비교’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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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이야기 / 튈린 코지코으루 /휘세인 쇤메자이

“앞을 잘 봐.” “앞을 잘 봐.” 똑같은 말 같지만 다르다. 당신이 지금 어디 있느냐에 따라서.

두 아이가 있다. 아이들 각자의 집 창밖으로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해가 뜨고 두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말한다. “어서 갈 시간이다.” 집에서 나와 그들은 아이들의 손을 꼭 잡는다. 거리에 나와서 엄마, 아빠는 또 말한다. “조심해!”

평화와 전쟁 지역에 사는 두 가족 여정
같은 대화지만 장소 달라지면 상황도…

<두 아이 이야기> 속 주인공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서로 다른 곳에 산다. 평화 지역에 사는 남자아이가 보는 창밖 불꽃놀이는 전쟁 지역에 사는 여자아이가 바라보는 폭격의 불꽃과 대비된다. ‘어서 갈 시간’의 의미도 다르다. 남자아이에게는 어제처럼 집을 나서는 시간이지만, 여자아이에게는 영원히 집을 떠나는 시간이다.

아이의 손을 잡는 부모의 마음도, 두 아이가 조심해야 할 것도 다 다르다. 공원을 걷는 남자아이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기껏해야 웅덩이나 개똥이겠지만, 들판을 걷는 여자아이는 철조망 건너의 지뢰를 조심해야 한다. 무엇을 밟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생과 사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이주와 평화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진 그림책은 두 가족의 여정을 같은 페이지에 펼쳐 보인다. 같은 시간대, 같은 대화지만 그것이 펼쳐지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두 가족이 마주하는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아이들의 일상을 통한 전쟁과 평화의 ‘평행 비교’. 그 어떤 직접적 표현보다 마음에 더 깊이 와닿는다.

이주민 가족은 고향을 떠날 때 자신들이 키우던 금붕어와 이별을 했다. 아빠와 딸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여정에는 빨간 금붕어 이미지가 늘 뒤따른다. 그리움과 희망의 상징이다. 이주민 가족이 새로운 곳에 가까워질수록 금붕어는 커진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커지고, 내일에 대한 희망도 커진다는 뜻이다. 작가는 이주민의 그런 마음에 독자들이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두 가족은 줄을 선다. 놀이공원을 입장하기 위한 줄과 난민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줄. “이젠 들어갈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대관람차를 향해 달리는 두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대관람차에 오른 이들에게 세상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두 가족은 서로에게 어떤 이웃이 되어줄까?

그림책을 다시 앞으로 넘긴다. 사거리에서 부모들은 각자의 아이에게 말한다. “앞을 잘 봐.” 경계의 의미였던 이 문장에서 두 아이의 미래를 떠올린다. 이제 평화 지대에서 살아갈 두 아이의 눈 앞에 펼쳐질 내일은 같을까, 다를까? 튈린 코지코으루 글·휘세인 쇤메자이 그림/엄혜숙 옮김/도토리숲/44쪽/1만 3000원.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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