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의 역설’ 파업 갈림길에 선 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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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실적 행진을 하고 있는 국적 선사 HMM이 임금단체협상 난항으로 파업 갈림길에 섰다. 여기에 해상 운임 급등세까지 더해지면서 HMM이 파업에 나설 경우 국내 수출 물류대란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조조정 견딘 노조 “25% 인상”
채권은행 눈치에 사측 “5.5%만”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각각 25%, 5.5%의 연봉 인상률을 제시하며 현격한 입장차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HMM 사무직원들로 구성된 육상노조는 지난달 29일 오후 대의원 회의를 열고 찬반투표를 통해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신청을 하기로 했다. 노조는 중노위 조정에 실패할 경우 다시 찬반투표를 열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별도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해원 노조(선원 노조)도 다음 달 3일 예정된 3차 교섭 등에서 타결이 안 될 경우 중노위 조정 신청에 나설 방침이다. 중노위 조정이 소득 없이 끝날 경우 육상노조와 함께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HMM 노조가 두 자릿수 인상률을 내세우며 파업 불사를 내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0년 이후 해운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자 이 여파로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말 파산했고, 국내 2위 업체였던 HMM의 전신 현대상선은 채권단 관리 아래 구조조정에 나섰다. 직원들도 임금 동결 등을 받아들이며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HMM은 직원들의 노력과 코로나19 등에 따른 해운 환경 변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등에 힘입어 지난해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수익을 올리며 부활에 성공했다.

노조는 이러한 성과를 희생에 동참한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며 낮은 임금은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1년 반 동안 총 141명이 퇴사했고, 세계 2위 선사 MSC가 HMM 직원들을 겨냥해 연봉 2.5배를 내세우며 한국인 선원 채용 공고를 낸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사측은 채권은행이자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채권단은 HMM이 투입된 공적자금이 출자전환과 영구채 직접 지원 등을 합쳐 3조 8000억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축포를 터트리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내 수출기업들은 HMM 임단협 상황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유일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 파업 시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혀 물류 마비마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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