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플래시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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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령(1975~)

기습적으로 잊혀지는 연습을 했다.

반짝이는 것은 모두 꺼내 불태웠다.

장난처럼 간을 모집하고 간을 조금씩 떼 냈다.



우스워 죽겠다고 떼구르르 구르더니 진짜 죽어 버렸다.



자주색 구름이 뭉쳤다 풀어졌다.

한여름 밤 야외극장에 모인 아이들이 동시에 사라지고 구덩이가 동시에 닫히고



높이 펄럭이는 천막 아래로 왁자하게 모인 후 질서 있게 교차하며 돌아갔다.

새벽의 두더지 잡기를 한 후처럼

조용히 헤어졌다.



우리는 모두 집에 있었지.

흰 내의를 입고



-시집 (2021) 중에서-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는 생명이 있을까? 수백만 마리의 메뚜기 떼가 군무를 이루어 날아다니면 누가 명령자이고 누가 추종자인지 구별이 없다. 생존의 순간에 나타나는 반응은 목적이 없고 조직 자체에 연결된 관계망에 적절한 조건이 주어지면서 나타나는 자기조직화 현상의 결과이다. 과학자와 인문학자들은 개체와 개체 간의 상호작용과 집단과 개체 간의 상호작용이 서로 결부되어 생명체의 생존이 지속되어진다고 설명한다. 생명을 누가 만든다는 기계론적 우주론은 신의 존재를 필연으로 말하지만 물질의 자연동화와 자기조직화를 말하는 유기론적 우주론에 의하면 생명은 주어진 조건에서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인터넷이라는 연결망을 통해 구현되는 플래시몹처럼. 이규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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