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4강’ 여자배구 6명, 부울경에서 국대 꿈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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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마지막 스파이크를 때렸다. 터키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코트 위에서 환호하던 한국 선수들은 곧 카메라 앞에 모여 ‘4강 진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본격적인 메달 도전에 나서게 된 부산·울산·경남 출신 선수들도 환한 미소로 이 자리를 빛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전’에서 터키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세트 점수 2-2로 균형을 이루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고, 마지막 5세트에서 두 점 차로 승부가 갈렸다. 세계 랭킹 4위인 터키는 한국이 상대 전적 2승 7패로 열세를 보이던 난적이었다.

양효진 박정아, 남성여고 졸업
김희진, 영도에서 운동 시작
센터 정지윤, 경남여중·고 나와
표승주 울산·박은진 진주 출신
부산 팬 “어느 때보다 더 감동”

여자 배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 무대에 복귀했다. 세계적인 센터 에다 에르뎀과 제흐라 귀네슈, 메리엠 보즈 등 강력한 터키 선수들을 상대로 이뤄낸 쾌거다. 도쿄올림픽에서 8강에 이어 4강 무대에 진출한 아시아 국가도 한국이 유일하다.

여자 배구팀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면서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동남권에서도 4강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팀 선수 12명 중 절반인 6명이 부·울·경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한 배구 팬은 “이번 올림픽 배구의 감동이 역대 어느 때보다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낯익은 지역 출신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부산 출신 대표팀 선수는 양효진, 박정아, 김희진, 정지윤 등 4명이다. 4년 터울인 양효진과 박정아는 각각 부산여중과 남성여고에서 배구를 하며 꿈을 키웠다. 4일 터키전에서도 센터와 레프트로 출전해 각각 11점과 16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홀로 28점을 올린 김연경에 이어 부산 중-고교 선배가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라이트 김희진은 부산 영도구 상리초등 재학 중 육상으로 두각을 드러낸 선수다. 당시 농구나 배구계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이어질 정도로 높이뛰기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보였다. 결국 배구로 종목을 바꾼 그는 서울로 떠났지만, 초등 6학년까지는 영도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블로킹을 선보이기도 ??다.

대표팀 막내인 센터 정지윤은 부산 경남여중과 경남여고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전천후 활약을 펼쳐 프로에 진출했다. 대표팀 선배인 양효진이 부산 수정초등 선배이며 ‘김연경 배구 꿈나무 장학금’ 최연소 수혜자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 교체 선수로 투입돼 주장 김연경 등과 좋은 모습을 보였다.

레프트 표승주는 울산 옥현초등 재학 중 배구를 시작해 울산 월평중과 삼산고에 다녔고, 센터 박은진은 경남 진주 경해여중에서 배구를 시작했다. 두 선수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치며 4강 진출에 일조했다.

세계 랭킹 13위인 한국 대표팀은 45년 만에 메달을 차지하기 위한 위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한국 여자배구는 메달을 가져오지 못한 상태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3~4위전에서 일본에 졌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6일 오후 결승 진출을 위한 일전을 벌인다. 남은 2경기 중 1번만 이겨도 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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