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리스트’ 실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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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뜨겁게 달궜던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 수사가 관련자 전원 불송치 결정으로 막을 내렸다. ‘실체가 없다’는 수사 결과에 전국적인 관심이 쏟아졌던 의혹이 결국 소모적인 정쟁 도구로 사용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 기사 3면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4일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과 전직 공무원 A 씨 등 2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당초 제기된 의혹과 같은 계약금 대납 등 뇌물혐의를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기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범죄와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특혜 분양 관련 전원 불송치
리스트 인사 절반만 실제 취득
이마저도 미분양·전매로 구입
계약금 대납 의혹도 증거 없어
결국 소모적 정쟁 도구 이용 지적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수감 중인 엘시티 실소유주 이 회장과 전직 공무원 1명을 혐의자로 특정했다가 최종 불송치 결정했다. 2017년 부산지검 수사에 이어 이번 부산경찰청의 수사도 반 년 가까이 부산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의혹은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수사는 올해 초 경찰로 접수된 진정서 한 장으로 촉발됐다. 엘시티 분양 과정에서 시행사인 엘시티 측이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매집해 이를 유력인사에게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게 진정서의 핵심 내용이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이른바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의 아파트 취득 과정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아파트 분양권이 특혜로 제공됐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권 선매집 후 우선 제공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주택법 위반 혐의 역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여서 수사가 불가능했다.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른바 ‘특혜 분양 리스트’ 내 인사의 아파트 취득내역을 모조리 확인했지만 실제 취득으로 이어진 건은 절반이 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미분양 물건을 구입하거나 전매 과정을 거쳐 정상적으로 아파트를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난감해진 경찰은 수사 방향을 바꿔 기존에 부산지검에서 수사를 했던 특혜분양 의혹 43세대를 다시 뒤졌다. 주택법 위반이 아니라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 공직자를 찾아낸 것. 그 결과 전직 공무원이었던 A 씨를 특정해 형사입건했다.

그러나 A 씨를 수사선상에 올려놓고도 엘시티 측의 계약금 대납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측은 “법률 검토를 거쳤지만 주택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라 혐의 적용에 한계가 있었고, 그나마 이 회장과 전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뇌물죄 적용이 가능해 두 사람을 특정해 입건했지만, 계약금을 대납해줬다는 의혹을 증명할 증거가 없었다”며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부분은 아쉽지만, 사회적으로 제기된 의혹을 제거하는 것 역시 경찰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권상국·곽진석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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