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돌보는 심정으로 진료, 아픈 고양이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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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언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부산 남구 문현동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양이 전담동물병원인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가 있다. 이 병원 대표원장인 김성언 수의사의 첫 전공은 의외로 무기재료공학. 김 원장이 공대생에서 국내 첫 고양이 전담동물병원의 대표 원장이 되기까지의 사연을 들어봤다.

김 원장은 “스무 살 때 공대에 진학했다. 당시만 해도 ‘남자는 공대를 가야 밥벌이 할 수 있다’는 말에 등 떠밀리듯 진로를 정했다”고 회상했다.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길거리에서 쓰러진 길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곧장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으나, 손쓰기엔 너무 늦은 상태였다.

공대 다니다 쓰러진 길고양이 보고
재수 끝에 수의사돼 전담병원 오픈
구조묘·길고양이 대한 애정도 각별

“고양이는 결국 죽었지만, 당시 고양이를 살리려 애쓴 수의사의 모습이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는 김 원장은 이때부터 수의사에 대한 동경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대학 3학년이 되면서 꿈은 확고해졌다. 본격적으로 학사 편입을 알아봤다. 부모님을 설득해 1년간 재수한 끝에 경북대 수의학과에 입학했다. 수의대가 6년제로 바뀐 첫해에 입학생이 됐다.

아주 어릴 적 강아지를 키운 것 말고는 동물을 키운 경험이 없었다는 그에게 고양이는 숙명처럼 다가왔다. 그는 “2004년 수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교육을 받던 중, 한 동기가 생후 한 달밖에 안 된 새끼고양이 세 마리를 데려왔다”면서 “데려갈 사람이 없으면 남산에 풀어줘야 한다고 해 입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때 3마리 중에 데리고 온 아이가 첫째 고양이 ‘아옹이’다. 1년 뒤에는 동료 수의사의 병원에 보호자가 두고 간 ‘흰둥이’까지 거둬들이게 되면서 김 원장은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가 됐다.

고양이 집사가 되자 고양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고양이 반려인구도 많지 않았고, 고양이 진료를 보지 않는 동물병원도 꽤 있었다. 김 원장은 “고양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서울에서 고양이 진료를 잘 보기로 유명한 한 원장의 병원을 찾아가 고양이의 질병과 습성에 대해 더 깊이 배웠다”고 한다.

2005년엔 고향인 부산에서 ‘다솜동물병원’을 개원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일했다. 김 원장이 고양이 진료를 잘 본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양이 보호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2011년엔 확장이전도 했다.

그때만 해도 강아지와 고양이를 함께 보던 병원이었다. 김 원장은 “어느 날, 평소엔 순하던 고양이가 하루는 무척 예민해하는 것을 느꼈다. 고양이가 원체 예민한 동물이니 그러려니 넘길 수도 있었지만 곧 그 원인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같은 공간에 있던 강아지가 고양이들을 보고 반갑다며 달려들었던 게 고양이를 긴장시킨 것이었다. 고양이가 예민해진 이유를 알게 된 김 원장은 그 길로 고양이 전담병원을 구상했다.

그리하여 2013년 문을 연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는 오직 고양이만을 위한 병원이 됐다. 강아지메디컬센터와는 들어오는 입구부터 달라 고양이들이 강아지들과 마주칠 일이 없다. 수의사들도 고양이만 보다 보니, 고양이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할 수 있게 됐다. 고양이 전담병원으로 운영한 지도 어느덧 8년 째. 김 원장은 믿음직한 동료 수의사들에게 진료를 맡기고, 현재는 수술 전담 수의사로 역할하고 있다.

김 원장은 평소 동물권에도 관심이 많아 구조묘나 길고양이들에 대한 애정도 특별하다. 불법번식농장에서 구조된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의 진료도 도맡아 주고, 시간이 허락할 때는 부산시수의사회 차원의 봉사활동에도 참여한다.

때마침 8월 8일은 세계동물복지기금(IFAW)이 지정한 ‘세계 고양이의 날’. 김 원장도 메시지를 남겼다. “아픈 고양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병원 찾는 가족들이 아프지 않도록, 내 아이를 돌보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해 진료하겠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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