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8일 밤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이 엄습한 가운데 열린 올림픽이어서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경기 중단과 같은 큰 불상사 없이 막을 내린 점은 다행이다. 대한민국 선수단 성적도 ‘금메달 7개 이상, 10위권 진입’이라는 당초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금메달 6개·은메달 4개·동메달 10개 등 총 20개의 메달을 따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류 최대의 스포츠 제전 올림픽에서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은 폭염과 코로나19에 지친 우리 국민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선수들 모두가 잘 싸웠고,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코로나19 지친 국민들에 위로·감동
메달 종목 다변화 숙제 다시금 확인

환희와 감격의 ‘금빛 순간’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에서 처음으로 ‘금 과녁’을 명중시킨 양궁 막내 2인방인 김제덕과 안산 혼성전에 이어 올림픽 단체전 9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여자 대표팀, 이에 질세라 금메달을 쏜 남자 대표팀까지 양궁은 일찌감치 3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이어진 ‘금빛 낭보’는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전했다. 다시 안산이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어서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신재환은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로 허리에 철심을 박은 채였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선수들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가슴 벅찬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금메달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예전처럼 금메달을 못 땄다고 우는 선수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메달과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에게 우리 국민들이 보내는 박수갈채만 보더라도 세태가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 배구 대표팀이나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 수영 다이빙의 우하람 등 ‘의미 있는’ 4위에 쏟아진 관심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4위에 그친 한국 여자 배구 12명 이름을 SNS에서 일일이 거론하며 ‘원팀의 힘’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반대로 야구와 축구는 메달을 따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기 수준과 선수들의 열정 등이 기대에 못 미쳐 국민 원성을 샀다.

메달 종목 다변화라는 숙제는 다시금 확인했다. 전통의 효자 종목 태권도, 사격, 유도, 레슬링, 복싱에서 주춤했다. 다만 양궁·펜싱과 함께 수영, 육상, 근대5종 등 이른바 기초 종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황선우(수영), 김제덕(양궁), 여서정·류성현(체조), 신유빈(탁구) 등 10대 선수들의 선전은 차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우리 선수단을 이끈 장인화 선수단장도 인터뷰에서 지적했지만, 이번 올림픽은 다양한 스포츠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의 조화·동반 발전도 기대해 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 온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