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열풍 이제부터… ‘제2의 김연경’ 계속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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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남성여고 배구부 감독

“한국 배구는 이제 벽을 넘어선 것입니다. ‘제2의 김연경’이 될 선수들이 앞으로 계속 나올 겁니다.”

두 차례 올림픽 출전 경력 지도자
박정아·양효진 선수 발굴·양성
“김연경 후보생 많이 나와 주길”

8일 정오께 부산 북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성여고 배구부 윤정혜(55) 감독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를 ‘인기 드라마’에 비유했다. 인기 종목보다 덜 주목을 받았던 여자배구는 이번 올림픽에서 ‘배구 열풍’을 일으켰다.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강팀들을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모두 꺾고 4강까지 올라서면서 국민들은 매 경기 울고 웃었다. 1984년과 1988년 두 차례 올림픽에 나섰던 윤 감독에게 이번 올림픽은 더욱더 새롭다. 경기가 무르익을수록 국민들의 열기가 더해지는 것을 그는 체감했다. 윤 감독은 여자배구의 4강 진출을 이끈 박정아, 양효진 선수를 길러낸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윤 감독은 19년 전인 2002년, 부산 사상구 모라초등 복도를 지나가던 ‘10살 박정아’를 처음 발견해 배구로 입문시켰다. 윤 감독은 “복도를 지나가는데 양 갈래머리를 한 정아가 보였다. 골격과 몸을 보니 키가 클 것 같아서 바로 배구를 권했다”고 회상했다. 채 여물지 않았던 10살 박정아 선수를 보고 한눈에 ‘배구 재목’이라 생각했던 것. 윤 감독이 부산여중 감독으로 부임하자 박 선수도 같은 학교로 진학해 여자배구 선수의 꿈을 무럭무럭 키웠다.

윤 감독은 양효진 선수에 대한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센터를 맡아 맹활약한 양 선수를 보며 윤 감독은 키를 걱정했던 청소년 시절 모습을 기억했다.

윤 감독은 성장기였던 중학교 2학년 당시 음식 섭취량이 적었던 양 선수의 영양 보충에 매우 신경 썼다. 윤 감독은 매 끼니 양 선수 옆에 앉아 반찬을 숟가락 위에 올려주며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 애썼다. 윤 감독과 부산여중 측은 당시 빈혈에 고생하던 양 선수를 위해 소 천엽과 간을 공수해 먹이기도 했다. 윤 감독은 “금지옥엽인 양 선수가 무탈하게 커 준 것이 감사하다”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수들의 첫 만남부터 성격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윤 감독이지만 매번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윤 감독은 “내가 해준 게 무엇이 있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데 지금 모두 제자리에서 제 몫을 하는 걸 보면 마냥 감사할 뿐이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구에 대한 흥미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아이가 배구를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가면 좋겠다”며 “제2의 김연경이 늘어나려면 일단 김연경 후보생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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