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메달 집착 탈피… 도전 자체 즐기고 응원 ‘신선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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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결산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선 대한민국 선수단이 17일 동안의 대장정을 마쳤다.

한국은 대회 마지막 날인 8일 메달을 추가하지 못하고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순위 16위를 기록했다. 당초 금메달 7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순위 10위 안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는 무산됐다. 금메달 수로만 보면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래 37년 만에 가장 적다. 전통적인 ‘메달밭’의 개념도 흔들렸다. 양궁은 여전히 강세를 보였지만, 태권도와 유도는 ‘금’ 수확에 실패했다. 야구와 레슬링은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새로운 희망도 발견했다. 도전 자체를 즐기는 10대들이 등장해 세계 무대에 뒤지지 않을 경쟁력을 드러내며 그동안 가지 못했던 길을 개척했다.


유도 등 전통적 강세 종목 부진
양궁, 세계 최강 다시 한번 확인
여자 배구, 높이뛰기, 다이빙 등
투혼 펼친 4위에도 뜨거운 박수
황선우 비롯한 10대 선전 ‘눈길’



■ 초라한 성적표, 엘리트 체육 내리막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양궁에서 금메달 4개, 펜싱과 체조에서 1개씩을 획득했다.

신궁의 나라를 대표하는 양궁 대표팀은 금메달 5개 중 4개를 휩쓸어 다시 한번 ‘신궁’의 실력을 입증했다. 펜싱도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수집한 2012 런던 대회 이래 최고의 성과를 냈다. 체조 역시 런던 대회 이래 9년 만에 금메달을 추가하고 동메달 1개를 획득해 한국의 메달 행진에 힘을 보탰다. 종주국을 자부하는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래 21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전통의 효자종목 유도 역시 2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못 따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5년 만에 가장 안 좋은 성적을 남겼다.

몬트리올 대회에서 대한민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선사한 이래 전통의 효자 종목으로 군림해 온 레슬링은 1972년 뮌헨 대회 이래 49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못 건졌다. 국외 대회에 참가했다가 대표팀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걸리는 바람에 올림픽 출전권을 단 두 장만 확보한 게 부진의 결정타였다.

■ 메달 없어도 도전에 박수

금메달이 선수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예전처럼 금메달 못 땄다고 우는 선수는 이제 없다. 메달 없이 4위로 마무리했어도 ‘위대한 도전’만으로도 큰 박수를 받았다. ‘배구 황제’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 배구 대표팀은 8일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패해 최종 4위로 올림픽 일정을 마쳤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어도 숙적 일본은 물론, 한 수 위 전력인 터키까지 꺾은 배구 대표팀은 하나로 뭉친 힘을 보여 주는 감동을 선사하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도 기억에 남을 4등이다. 우상혁은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한국 신기록인 2m 35를 넘어 4위를 차지했다. 트랙·필드 종목에서 4위는 한국 육상 최고 성적이다. 메달을 아깝게 놓친 자리였지만 우상혁은 밝은 표정으로 모든 순간을 즐기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줬다.

수영 다이빙의 우하람도 의미 있는 4위를 거뒀다. 우하람은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4위를 차지하면서 한국 다이빙 역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를 갈아치웠다.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의 한대윤 역시 4위를 차지하며 이 종목 한국 최고 기록을 썼다.

2024 파리올림픽을 기대하게 할 10대 유망주도 쏟아졌다. 황선우(18·수영), 김제덕(17·양궁), 여서정(19·체조), 신유빈(17·탁구) 등 10대 스타들의 선전은 쇠퇴기에 접어든 한국 체육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던졌다. 이번 올림픽에 새로 정식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도 서채현(18)이 국제 무대 경쟁력을 확인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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