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남해바다, 양식 어류 170만 마리 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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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에 바다도 달아오르면서 지난 2일부터 경남 해안 각지에서 양식 어류 집단 폐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영시 제공

경남 남해안 양식업계가 비상이다. 역대급 폭염에 바다도 끓어오르면서 경남에서만 벌써 양식 물고기 170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최악의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 2018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통영을 중심으로 양식 어류 집단 폐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7일까지 접수된 폐사량만 170만여 마리에 달한다. 통영이 107만 마리로 가장 많고, 남해와 하동이 각각 27만 마리, 23만 마리다. 거제·고성에서도 13만여 마리 폐사가 신고되는 등 이미 경남 전 해역으로 확산했다. 도는 일단 고수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어병이나 적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집계치는 어민들이 신고한 수치로, 실제 폐사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 주중 지자체, 국립수산과학원, 수협 등과 정확한 피해 규모와 폐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남 전 해역 수온 30도 육박
3년 만에 ‘고수온 경보’ 발령
통영 폐사량 최대, 남해·하동 순
2018년 최악 피해 재연 우려

올여름 경남 앞바다는 짧은 장마 이후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고수온 주의보에 이어, 지난 4일 최고 단계인 ‘경보’가 발령됐다. 경남에서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현재 경남 연안 한낮 수온은 섭씨 30도를 넘고 있다. 작년 이맘때보다 5도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경남지역 양식 어류 태반이 고수온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도내 어류양식장에 입식된 어류 2억 3000만여 마리 중 절반에 가까운 1억 770만 마리(47%)가 우럭이다. 숭어도 3170만 마리(14%)나 있다. 10마리 중 6마리가 찬물을 좋아하는 한류성 어종이다.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수온에 체력과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라 작은 충격에도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어민들은 면역증강제를 먹이고 산소 발생기와 액화 산소 탱크를 24시간 가동하는 등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어민 황인규 씨는 “한마디로 팔팔 끓는 물에 담긴 상태”라며 “그저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관건은 지금부터다. 육지 기온이 오르면 바다 수온도 덩달아 상승하고, 변화가 더딘 만큼 고수온 지속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도내 고수온 관련 양식어류 폐사는 2012년 첫 피해(165만 마리, 18억 원) 이후 2016년부터 ‘붉은 재앙’ 적조 못지않은 ‘여름 불청객’이 돼버렸다. 그해 704만 마리(87억 원), 이듬해 343만 마리(47억 원)가 떼죽음했다. 이어 2018년엔 무려 1909만 마리(91억 원)가 폐사해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고수온 예방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는 적정 수온 유지가 가능한 해역으로 어장을 통째로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내만 곳곳이 양식시설로 포화상태다. 설령 좋은 자리를 확보해도 실행은 쉽지 않다. 이동 과정의 스트레스와 급격한 환경 변화를 버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에 가입하면 피해 발생 시 보상이 가능하지만 비싼 보험료 탓에 영세한 어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경남도와 지자체는 실시간 수온 정보를 제공하며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통영시 김석곤 어업진흥과장은 “주중 영향을 미칠 태풍이 변수인데, 많은 비를 동반할 경우 성난 바다를 식혀줄 단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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