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발 달린 부산고등어와 캐릭터 전쟁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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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 설치된 ‘반창고 붙인 펭수’ 조형물이 인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알리는 뜻에서 마스크를 떼고 팔뚝에 반창고를 붙였다. ‘반창고 펭수’는 펭수 저작권자인 EBS와 광안리해수욕장 관할 수영구청의 협업 프로젝트다. 부산은 일찍부터 캐릭터를 활용한 도시 홍보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지금은 시민들에게조차 거의 잊힌 존재가 됐지만, 떠오르는 해와 바다 물결을 형상화한 ‘부비’ 캐릭터는 26년 역사를 지닌다. 갈매기, 고등어, 광안대교 등도 부산 캐릭터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그중 가장 큰 변주를 보인 건 역시 고등어다. 부산시의 ‘다섯 빛깔 고등어’, 대형선망수협의 ‘요리하는 고등어’ 등이 그렇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 ‘발 달린 고등어’로 더 유명한 ㈜디자인부산의 ‘꼬등어’를 능가한 것은 아직 없다. 30초 분량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광안대교와 영화의전당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해 도시 브랜드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올해는 부산 시어 고등어 지정 10년

부산시 노력 컸지만 성과는 미흡

향후 10년 시민 관심과 예산 집중

공공·민간 구분보다 잠재력 ‘무게’

부산시가 고등어 홍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설립한 부산고등어식품전략사업단의 브랜드 ‘부산맛꼬’(부산맛 고등어)도 부산시나 대형선망수협 캐릭터가 아니라 ‘발 달린 고등어’가 사용됐다. 크고 호기심 가득한 눈, 바다를 닮은 푸른 등과 물결무늬가 포인트로,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까지 정겹게 만들었다.

고등어는 오징어와 함께 ‘국민 먹거리’로 꼽힌다. 부산 앞바다에서만 잡히는 것이 아닌데도 고등어는 2011년 부산 시어(市魚)가 됐다. 올해로 딱 10년을 맞았다. 국내산 고등어 90%가 부산공동어시장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까닭에 시어 지정은 의미가 크다. 부산시는 그동안 6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고등어 가공공장을 짓고 축제와 요리대회를 열었다. 고등어 레시피도 공모전을 통해 무려 253개로 확대했다. 그 과정에서 고등어 맥주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부산’과 ‘고등어’는 ‘안동 간고등어’, ‘제주고등어’처럼 한 단어로 착 달라붙지 않는다. 고등어축제도 14년째 열고 있지만 인지도가 낮다. 부산을 찾은 여행자의 SNS에서 돼지국밥과 밀면처럼 고등어 시식 후기를 찾기는 어렵다. 고등어 요리 특화거리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한 사업단 예산은 곧 중단될 위기다. 올해 고등어 홍보 예산은 고작 4700만 원에 그친다. 누가 봐도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담당 공무원의 열정만으로 어차피 성공할 일은 아니지만, 부산시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더욱 아쉬운 시기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11월 ‘부산시어 고등어의 문화관광 상품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그동안의 고등어 홍보작업을 평가하고 개선책을 찾기 위해서다. 지원 체계 재정비, 다른 축제와의 연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고, 부산시가 추진 중인 해상택시(혹은 해상버스)를 고등어 형태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강용석 부산해수청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등대를 활용한 관광자원화’를 언급했다. 야구등대, 젖병등대에 이어 고등어등대도 제작하면 좋겠다. 고등어 수족관을 시청이나 시의회 로비에 설치하는 건 어떨까. 고등어는 성미가 급하고 동작이 빨라 다른 어종과 달리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 수족관에서만 생존하니 열대어 수족관과는 다른 관심을 받을 듯하다.

고등어 캐릭터를 활용한 공공미술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일이다. 고등어를 형상화한 건축물이라면 금상첨화다. 해운대해수욕장의 북극곰 수영대회를 벤치마킹해서 송도해수욕장을 고등어수영대회의 성지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참가자에게 고등어 복장이나 캐릭터 코스프레를 요구하면 더 흥미롭겠다.

부산시는 최근 시조(市鳥)인 갈매기로 모양을 낸 ‘부기’(부산 갈매기)를 새로 선보였다. 하지만 길쭉한 모양과 이름 때문에 골무, 혹은 부산 기러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내놓는 일보다 이미 홍보가 잘 된 캐릭터에 더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공공 캐릭터냐, 민간 캐릭터냐로 구분하는 것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누가 해양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느냐가 충분조건일 테다. ‘발 달린 고등어’는 그런 점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부산고등어 캐릭터 홍보를 위한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향후 10년은 비상할 시기다. 예산을 더 늘리고 시민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행정이 절실하다. 참, 광안리해수욕장의 ‘반창고 펭수’ 옆에 ‘발 달린 고등어’ 조형물을 설치한다면 펭수와 꼬등어의 스토리텔링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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