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인앱 결제와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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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초창기는 젊은 패기로 충만했다. 이를테면 1984년 매킨토시 광고가 대표적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영감을 얻어 빅브라더와 디스토피아를 표현한 광고는 당시 독점 기업인 IBM을 겨냥한 것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 프라이버시 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은 애플의 정체성은 그때 크게 알려졌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초기부터 품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슬로건은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MS로 대표되는 독점 기업과 스스로를 차별화해 눈앞의 이익보다는 고객을 신뢰하고 정도를 걷겠다는 초심이었다.

애플이 올해로 창립 45년, 구글은 23년을 맞았다. 두 회사는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덩치가 커져 이제는 ‘공룡’으로 불린다. 그 실체는 생산과 시장을 지배해 최대한의 이윤을 확보하려는 독점자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업 기반을 일시에 뒤흔들 수 있는 작은 스타트업 기업들을 가장 두려워한다. 경쟁 업체들의 싹을 자르고 독점 체제의 길을 여는 방법은 무차별적인 흡수다. 그렇게 인수·합병이 대형 IT 회사의 관행이 된 지 오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조차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착취”라고 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IT 기업의 확장을 막는 행정명령 조치에 들어갔다.

최근 ‘인앱 결제’ 의무화 논란도 이런 맥락 위에 있다. 인앱 결제는 앱이나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사업자의 결제 시스템으로 결제하는 걸 가리킨다. 이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결제 수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모든 앱 개발사에 인앱 결제를 의무화해 무려 30%의 수수료를 거둬들인다. 구글의 경우 구글 플레이의 게임 영역에만 이를 적용하다가 올해 10월부터 모든 콘텐츠로 확대하기로 했다.

구글은 한국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다. 인앱 결제가 적용되면 게임 산업 외에 웹툰,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서비스의 전 분야가 크게 타격받게 된다. 지난달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인앱 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주목을 받는 이유다. 물론 법안의 운명은 중요하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질문에 천착할 필요가 있겠다. 예컨대 이런 것. ‘공정과 혁신으로 성장한 구글은 어째서 그런 초심을 팽개치고 독점으로 내달리고 있는가.’ 면밀히 조사하고 연구해서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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