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궁금한 것은 요즈마 본사 주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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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경제부 금융팀장

얼마전 한 종편에서 요즈마그룹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스라엘 본사 주소지로 가보니 사무실 자체가 없더라는 식의 내용이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1조 2000억 원 펀드’ 공약 이래 펀드의 핵심 역할자로 꼽혔던 요즈마에 대한 논란은 줄곧 뜨거웠지만, 실제로 언론이 이스라엘까지 찾아간 것은 처음이었다. 요즈마는 해당 방송에 대해 ‘사실과 다른 정보 전달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100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언론에 대한 손배소 중 최고 금액이다. 소송이 제기된 후 언론지상에서 요즈마 이야기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100억 원의 위력이다.

혹자는 “요즈마가 펀드 조성에서 손을 땠으니 이제 의혹 제기는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동의하기 힘들다. 논란의 핵심은 요즈마의 실체 여부가 아니다. 핵심은 박 시장이 약속한 ‘1조 2000억 원 펀드’ 공약의 실현 가능성 여부다. 후보 시절 박 시장은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펀드 조성에 자신하며 그 근거로 요즈마의 참여를 강조했다. 이후 요즈마의 펀드 조성 능력에 물음표가 제기됐고, 요즈마는 펀드 조성 주체에서 빠졌다. 논란이 끝났다? 아니다. 박 시장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형준 시장 ‘1조 펀드’ 핵심 요즈마그룹
실체·능력 논란 커지자 스스로 역할 포기
천문학적 금액 펀딩 불가능 지적 잇따라
당선 위한 헛공약? 박 시장 입장 밝혀야

박 시장 측은 상대 당(黨)과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마타도어 때문에 요즈마가 펀드에서 손을 땠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요즈마의 실체 여부는 몰라도, 요즈마의 능력에 대한 의혹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척박한 부산 경제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1조 2000억 원이라는 투자금을 유치할 만한 능력이 요즈마에게 있을까. 펀드 운용사의 능력은 곧 실적에서 나온다. 이스라엘 어느 곳에 요즈마 본사 사무실이 있든 없든 그것은 모르겠다. 다만 요즈마그룹코리아가 한국에서 운용한 자금의 규모는 지난 5~6년간 누적 18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의 요즈마가 아니라 ‘글로벌’ 요즈마가 적극 나선다면? “요즈마는 4조 원 정도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단히 큰 스타트업 펀드입니다.” 선거 당시 박 시장의 말이다. 4조 원이나 운용하는 요즈마가 1조 2000억 원 펀드 조성을 못할까. 마치 요즈마가 지금도 4조 원의 돈을 운용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 이 금액은 요즈마 본사의 과거 영화롭던 시절을 포함해 수 십년 간 운용해 온 투자금을 전부 합한 것일 뿐이다. 게다가 대규모 국부펀드 운용은 이미 접은지 오래다. 요즈마 측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 측이 선거과정에서 제 마음대로 발표한 내용을 두고, 마치 자신들이 ‘실적 부풀리기’를 한 마냥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다행(?)히도 요즈마는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한 박 시장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자가 송사에 휘말린 방송 편을 들고자 함은 아니다. 특히 방송 중 김민정 부산시의원의 발언 부분에서는 헛웃음까지 났다. 김 의원은 방송에서 “1조 2000억 원이 부산시민의 세금”이라고 했다. 이 분은 ‘펀드’가 뭔지부터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이런 터무니없는 비판이 오히려 박 시장을 가짜뉴스의 피해자로 만들었다. 박 시장은 즉각 “부산시민의 혈세는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물론 이러한 해명 또한 사실 관계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 올해 초 펀드 조성을 담당할 페이퍼컴퍼니 부산벤처스의 설립 당시 부산시는 “시(市)도 일부 자금을 출자할 계획이며 출자 규모와 방식은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급반전했을 뿐이지, 그 말대로라면 ‘한 푼’도 안 들어갈 예정은 아니었을 테다. 후보 시절 여러 관련 문건에도 일부 '시비(市費) 출자' 조항이 나온다. 다만 ‘1조 2000억 원이 시민 혈세’라는 상상력 넘치는 발언의 존재감이 너무 커, 박 시장의 해명에 대한 사실 여부는 따질 겨를조차 없어졌다.

상황이 바뀌면서 박 시장의 말도 조금씩 바뀌었다. 처음엔 자신과 요즈마를 믿어달라고 하더니, 어느새 “펀드는 요즈마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투자기관들이 함께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투자기관에 대해선 “좀더 구체화되면 공개하겠다”고 했다. 다시 몇 달이 지났다. 그리고 여전히 1조 2000억 원 펀드에 대한 물음표는 그대로다.

박 시장은 이제 요즈마에 대한 변명이 아닌 1조 2000억 원 펀드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한다. 부산시민이 진정으로 궁금한 것은 요즈마 본사의 주소가 제대로 되어있는지가 아니다. 박 시장이 선거 당시 부산시민들에게 약속한 ‘부산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1조 2000억 원 펀드’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당선을 위한 헛공약인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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