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도 직원도 ‘철수’ 2만 8000여 평 ‘거대한 유령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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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부산항여객터미널

11일 오후 1시께 썰렁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여객선 운행이 중단돼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객선사 8곳 중 2곳은 폐업, 3곳은 휴업한 상태다. 이재찬 기자 chan@

11일 오후 1시께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는 터미널 밖 매미 소리만 메아리쳤다. 출항 스케줄 스크린에는 ‘결항’이라는 글자가 가득했다. 좌석이 150개에 달하는 입국장에 있는 사람은 선사 직원 한 명뿐이었다. 기자가 다가가 말을 걸려 하자 급히 자리를 떴다.

이날 터미널 내 은행과 관광사무소, 렌터카 사무실 등 부대시설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광활한 2·3층 입국장과 출국장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코로나 영향, 전 노선 운항 중단
올해 이용객 한 명도 없어
입주 업체도 줄줄이 문 닫아
선사들 화물선으로 겨우 버텨
BPA “유휴 공간 활용안 모색”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 운송이 중단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거대한 유령 건물’로 변해 가고 있다. 2만 8000평이 넘는 5층 규모의 거대한 건물이지만, 유일했던 일본 노선이 운항을 중단하면서 터미널 운영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11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후 여객터미널 이용객은 ‘0’이다. 2017년 140만 명을 넘어섰던 터미널 이용객 수는 지난해에는 20분의 1 수준인 6만 명으로 떨어졌고, 급기야 올해는 0명으로 떨어진 것이다.

사람 발길이 끊긴 여객터미널에서 유일하게 활용 중인 공간은 4층 사무실과 5층 컨퍼런스홀뿐이다. 그마저도 코로나19로 대규모 회의 등이 중단되면서 이용 인원이 20% 넘게 줄었다. 부산항만공사 항만산업부 윤지현 부장은 “매표소와 출국장, 입국장 등 고유 기능이 정해진 시설은 기능을 전환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간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터미널 내 입주업체들도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여객터미널은 점점 비어 가고 있다. 현재 여객터미널 내 상업시설 공실률은 40%가 넘는다. 입주한 48개 업체 중 10곳 이상이 휴업했거나 폐점한 것이다. 나머지 38개 업체는 대부분 선사 사무실 등으로 문은 열어 두었지만 체크인 카운터 등은 중단해 사실상 개점 휴업에 가깝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자 관광객뿐 아니라 상주 직원들도 빠져나가고 있다. 당초 786명이었던 것이 현재 5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부산항만공사(BPA)와 여객선사 소속으로 시설관리 등을 위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으로 관광객들을 실어태워 나르던 선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화물선 운영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기존 고속여객선사 8곳 중 2곳은 이미 문을 닫았다. 화물선과 여객선을 함께 운영하는 한 선사 대표 최 모(53) 씨는 “매출이 반토막났지만 화물선이 있어 그나마 버티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더 길어지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로 하늘길과 뱃길이 모두 막힌 상황이지만 제주행 노선을 운항하는 부산연안여객터미널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는 부산-제주 노선 여객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김해국제공항도 무착륙 국제 관광 비행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유휴공간 활용 방법을 최대한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야외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드라이브스루 영화관 등으로 활용했다”며 “야외 공간 등 유휴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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