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던 아버지 접종 후 사지마비됐는데도 부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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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기 어려운 백신 부작용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자 수가 늘면서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의 부작용 판정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줄이려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접종 늘면서 부작용 호소도 늘어
중대이상반응 6112·사망 448건
질병청 ‘인과성 인정’ 7건에 그쳐
접종 불안감 줄이려면 개선 필수

요양병원 간호사인 A(33·부산 사상구) 씨는 두 달 가까이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 B(61) 씨를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3월과 5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뒤 부작용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아버지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했다. B 씨는 A 씨의 설득에 6월 7일 AZ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백신 접종 열흘 뒤인 6월 17일 B 씨는 이상 증세를 느꼈다. 급기야 B 씨는 이상 증상 3일 만에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진단 결과는 ‘길랭-바레증후군’이었다. 감염 등으로 몸 안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병이다. 한 달간 중환자실 신세를 진 B 씨는 현재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인공호흡기를 떼지 못한 채로 손가락만 겨우 움직이는 정도다.

A 씨는 “당뇨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없던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면 왜 아버지에게 백신 부작용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씨를 더 분통 터지게 하는 것은 정부의 대응이다. A 씨는 아버지의 백신 부작용 사실을 질병관리청에 신고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건 ‘백신 부작용 부적격 판정’ 전화 한 통뿐이었다. 질병관리청은 “근거자료가 불충분해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입장만 말할 뿐 어떠한 자료나 데이터도 제시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은 B 씨를 중증환자로 분류해 백신 부작용 판정과 관계없이 10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한 달 반 만에 1200만 원을 넘어서는 병원비조차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A 씨는 “당뇨나 고혈압도 없이 건강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사지마비가 온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부를 믿고 백신을 맞은 결과가 한 가정의 붕괴라는 것이 너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지만, 부작용 판정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반응 신고 건수는 총 12만 8612건에 달한다. 이 중 중대 이상 반응은 6112건, 사망 신고는 448건에 달한다. 백신 종류별로는 화이자가 258건으로 가장 많고, AZ 182건, 얀센 7건, 모더나 1건이다. 질병관리청은 현재까지 1152건의 사망·중증 이상반응 신고 사례에 대한 인과성 평가를 진행했다. 이 중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의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례는 7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의 0.06%이다. 부산의 경우 총 7건 중 한 건도 인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백신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이 있으면 인근 보건소나 백신을 맞은 병원이나 의원에 문의하도록 안내한다. 이상 반응이 있을 경우 백신 접종과 질병의 인과성을 검토해 국가보상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B 씨처럼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에도 중증환자에 한해 의료비를 1인당 1000만 원 한도까지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과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게 큰 문제다.

부산시는 백신 접종과 부작용과 관련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인과성 확인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시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부족해 인과성 인정에 따른 보상이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상 반응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면 인과성 여부를 재평가해 보상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현·탁경륜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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