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83) Cruella(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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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루엘라(Cruella)’는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 등이 출연하는 월트디즈니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로 알려진 작품의 주요 캐릭터인 크루엘라에 관한 스핀오프 형식의 영화인데요. 사실 저는 이 소재가 ‘관객에게 재미를 줄 만큼 변주가 가능할까’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영화를 보게 되면서 저의 생각은 편견과 기우였다는 반성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영화는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넷플릭스 등을 통해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익숙한 저에게 ‘이 영화는 정말 극장에서 보고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더군요.

영화 ‘크루엘라’의 음반은 두 가지 형태로 선을 보였습니다.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오리지널 스코어는 니콜라스 브리텔(Nicolas Britell)이 맡아 출시되었고요. 또 하나는 기존의 음악들로 이루어진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형식으로 출시가 되었지요.

브리텔의 음악 역시 훌륭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보다 이 영화에 삽입된 기존의 음악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형식으로 출시된 삽입곡들이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은 영화의 삽입 음악이 하나의 캐릭터로 작동하길 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기존의 수많은 음악 선곡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영화 속에서 음악은 이야기, 촬영, 미술, 의상 등 샷과 신의 내용을 구성하는 하나의 영화적 요소로서 완벽하게 자리합니다. 긴장, 슬픔 등의 정서적 전달을 돕는 음악으로서의 기능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브리텔의 오리지널 스코어에 그 임무를 확실하게 일임하고 말이지요.

특히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화에서 소위 스타일을 강조하는 다양한 장르의 삽입 음악은 꽤 오랫동안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자칫 음악 삽입의 과잉을 통해 영화의 개성을 오히려 해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요. 그렇다면 ‘영화의 후반 작업인 영화음악의 프로덕션이 전반의 작업으로서, 음악을 통해 창의적이고 또 하나의 새로운 영역을 가질 수 있는 예시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기게 될 것인데요. 이에 대해 또 한 번의 정답을 보여주는 최근작이 바로 이 영화 ‘크루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존 음악을 사용한 사운드트랙 중 수작으로 저는 지난 지면을 통해 소개한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이나 영화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을 꼽는데요. 공교롭게도 이 두 작품과 크루엘라의 음악 수퍼바이저는 수잔 제이콥스(Susan Jacobs)라는 동일 인물입니다. 제이콥스는 음악을 직접 만드는 창작자는 아니지만, 영화에서 음악의 사용과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하나의 새로운 흐름과 경향의 지표를 시사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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