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의미 되새기게 한 20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공세에 속수무책이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15일(현지 시간)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며 사실상 항복 선언을 했다. 2001년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미군 철수 한 달도 안 돼 수도 카불이 함락되면서 20년 만에 미국의 ‘실패한 전쟁’으로 끝나게 됐다. 아프가니스탄은 카불 함락과 동시에 탈레반의 탄압을 피해 나라를 떠나려는 수십만 명의 난민 행렬로 공항 등이 북새통이라고 한다. 나라가 혼란에 처할수록 일반 국민의 고통과 희생이 가장 컸던 역사적 사례가 예외 없이 반복되는 셈이다. 먼 나라의 일 같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도 불과 지난 세기에 이 못지않은 혼란을 겪었다.

미군 철수 뒤 곧바로 탈레반에 나라 붕괴
곳곳에 피란민… 공동체 중요성 계기로

이 전쟁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테러로 붕괴한 게 계기였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기치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20년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은 그동안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를 뒤쫓으며 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탈레반 격퇴를 위해 그동안 무려 100조 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14년간의 베트남전보다 더 오래 현지 정부와 군대 재건을 위해 엄청난 자원을 쏟은 것이다. 그러나 탈레반은 건재했고, 미국 지원을 받은 현지 정부는 무능·부패로 허망하게 스스로 무너졌다. 외세에만 의존한 채 자강·혁신의 노력을 외면한 나라의 꼴이 어떠한지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탈레반이 나라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심각한 혼란과 동요에 휩싸인 것은 다수의 아프가니스탄 국민이다. 미군 침공 이전 5년간 탈레반 치하에서 여성 인권 탄압과 잔학한 행위로 공포에 떨었던 많은 국민이 줄줄이 피란 행렬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예전 베트남전 사이공 함락 때 ‘보트 피플’을 연상하게 한다. 나라를 탈출하지 못한 피란민들은 더는 갈 곳이 없다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고 하니, 그 참상이 어떠한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난민을 위한 수용소 마련을 협의 중이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터전을 잃어버린 난민들의 고통과 불안한 미래를 대신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군 철수 이후 너무나 급작스럽고 허망하게 무너진 아프가니스탄을 보면서 나라 운명의 영고성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지원을 업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외형상으론 전혀 탈레반에 밀릴 게 없는데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에는 많은 이유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두를 놔두더라도 하나만은 분명히 기억해야 할 듯싶다. 국가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그 국민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국가 운명에 관한 국민의 공동 인식과 책임이 그만큼 무거움을 알 수 있다. 마침 엊그제 광복절 날, 전설적인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고국으로 왔다. 그토록 고국의 독립과 번영을 그렸던 그 뜻을 더욱 곱씹어 볼 때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