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 구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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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넘어간 아프간의 미래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해 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자 국외로 도피했다. AP연합뉴스

아프간 정부가 15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게 항복하면서 아프간은 다시 ‘탈레반의 국가’가 됐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방송을 통해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면서 “개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음악·TV 금지 등 강한 통제 탈피 천명
“여성도 학업과 취업 가능할 것” 밝혀
강경파 반대 땐 실제 적용 어려울 수도
미국 하원의장 “국제사회가 여성 보호”


■20년 만에 권력 다시 장악

탈레반은 1994년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남부 칸다하르 등 아프간에서 세력을 넓혀갔다. 1996년에는 파키스탄 지원을 등에 업고 무슬림 반군조직 무자헤딘 연합체로 구성된 라바니 정부를 결국 무너뜨렸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로 인해 정권을 잃게 된다. 범행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해 미군과 반(反) 탈레반 세력에게 권력을 빼앗긴 것이다. 이후 아프간에는 반 탈레반 정권이 수립됐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승인으로 수만 명의 미군이 주둔했다. 이후 탈레반은 지속적으로 아프간 정부, 미군과 대립각을 세웠다.

2018년 12월 미국과 탈레반은 휴전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무산됐고, 지난해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도 무위로 돌아갔다. 2019년 11월에는 탈레반에 억류됐던 미국인 교수가 석방되는 등 관계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이듬해 3월 탈레반은 다시 아프간 정부를 공격했다.

탈레반이 급격히 아프간을 장악하게 된 것은 지난 4월 14일 미군의 완전 철수 계획이 발표되면서부터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을 종식하겠다”며 9월 11일까지 미군 완전 철수 계획을 밝혔다.

이후 탈레반은 단 4개월 만에 아프간 주요 주도를 장악하고 수도 카불을 위협했다. 15일에는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할 계획이 없다며 투항을 요구했고, 결국 아프간 정부는 백기를 들었다.



■여성 인권 어쩌나…아프간 앞날은?

탈레반은 과거 집권 시절과 달리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국제사회에 밝혔다.

탈레반은 과거 이슬람 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하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벌도 허용했다. 특히 여성의 취업과 사회활동, 교육 기회를 발탁했다.

이번에 재집권한 탈레반은 향후 권력을 쥐더라도 여성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탈레반 대변인은 15일 로이터통신을 통해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집권기 국제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점을 고려해,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언급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도 탈레반의 보수 강경파의 반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나온 것이어서, 실제 현실사회에서 적용될지 미지수다. 탈레반은 세부 종파와 지역에 따라 여러 집단이 뭉쳐 있는 조직이다. 이미 온라인상에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서 한 여성 사진을 페인트칠로 덮는 모습이 공개돼 우려를 낳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전날 성명을 통해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이 탈레반의 비인도적인 처우에 놓이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레반은 현재 주민과 주변 국가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레반 지도자는 이날 로이터통신을 통해 “민간인에게 겁주지 말고, 일상생활을 재개하도록 병사들에게 명령했다”면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기 전에 외국군이 모두 떠나기를 기다릴 것이며, 앞으로 훨씬 더 나은 정상생활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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