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의 매스토피아] 새로운 도전, 교수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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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AI융합대학 인공지능전공 교수

최근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많은 대학은 입학률 최저 상태에서 대학을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등록금 외의 재정 자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각 대학은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그 인재들이 졸업 후 다시 대학 내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교수 창업과 대학 지주회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고 동시에 대학 재정 마련에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기여가 가능토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기류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들의 창업 또한 활발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내 창업 붐, 현실은 녹록지 않아
이론을 상품화하는 데 숱한 난관 봉착
스타트업 기업 생존 지원책 모색해야

필자는 이미 5년 전에 교수 창업을 시도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대학 내 창업 붐이 불붙기 훨씬 전이었다. 작게는 우리나라의 주입식 수학 교육 행태를 개선하고 수포자(수학 포기자)도 줄이자는, 크게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치매 인구 증가의 영향인 의료비 부담과 가족 붕괴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수학은 순수 자연과학을 다루며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이론 연구 중심 학문이다. 각종 실험이나 특허, 제품 개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수학 전공 교수는 다른 이공계 학문 교수보다 창업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30년간 이론 연구와 논문 작성, 다양한 국가 과제 수행 정도의 활동만 하던 필자 역시 막상 창업하고 보니 숱한 난관에 부딪혔다. 이론을 바탕으로 생성된 아이디어로 특허를 따고, 이를 제품으로 생산하고 상품화해 시장에서 매출로 이어지게 하는 일련의 과정은 몹시도 어려운 것이었다.

오늘날 4차 산업의 발달은 따지고 보면 수학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수학 기반 창업 회사들의 전망은 그리 암울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교육 관련 업종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매우 어려운 상태에 처해 있으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국가는 대학 내 창업 활성화와 함께 그 기업들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교수 창업에 대한 국가적 제도 마련과 함께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게 있다. 여성 기업가와 여성 임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체 근로 인력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낮은 우리나라는 일부 가업 승계의 경우 등을 제외하면 기업의 경영진 내 여성 임원의 수가 매우 적다.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양성 간 근본적인 능력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이 고위 임원에 등용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장애 요소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 선입견 같은 인식 요소뿐만 아니라 여성 근로자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지원 부족은 물론이고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를 포함한 각종 사회적 장애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어렵게 만들어 왔다. 필자 역시 창업으로 여성 기업인이 되고 보니 회사를 살리기 위해 넘어야 할 사회적 장애 같은,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할 일들로 인해 첩첩산중에 갇힌 느낌이다. 스타트업 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충 처리가 좀 더 체계화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과도한 근로자 중심의 기업 문화도 문제다. 근로자들은 기업주가 초인간이 되길 바란다. 기업주는 소통도 잘해야 하고 인간적이며 월급도 많이 주고 전문성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은 근로자가 다 하는데 돈은 기업주가 번다는 식의 기업주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건전한 기업 문화 정착을 위해 근로자와 기업주는 수익 창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표 의식이나 의지, 책임감은 없으며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데는 조금의 양보도 없는 사람이 있다. 한 직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면 실업급여를 주는 제도를 기대하면서 장기 근무나 어려운 일을 맡지 않으려는 젊은 직원들을 보면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상당수의 스타트업 기업주들은 자기 돈을 내어 기업을 운영하고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거의 매일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을 격려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어떤 사람이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제때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는 나머지 멀쩡한 유리창마저 깨뜨려도 된다는 암묵적 신호가 되고, 그 신호는 사람들 사이에 점점 퍼져 결국 건물은 엉망진창이 된다는 내용이다. 모처럼 불기 시작한 창업 바람이 ‘깨진 유리창 이론’의 사례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 창업 관련 기관은 스타트업 기업의 생존 방안을 적극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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