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함락 예상보다 빨랐지만 철군 후회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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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카불 공항의 비행기 위에 올라 있다.(왼쪽사진) 이날 공항에는 탈레반의 재집권에 외국으로 떠나려는 주민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면서, 비행기에 매달렸던 아프간 주민(빨간 원)이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AFP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완전 철수를 둘러싼 굴욕 논란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그러나 갈수록 아프간 내 혼란이 가중되고, 미국 국내는 물론 우방국들도 “아프간이 테러 온상이 될 것”이라며 비난에 가세해 사태를 잠재울지 불투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아프간 정부 붕괴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군을 철수 시켜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간에서 미국 임무는 국가 재건이 아닌 테러 대응이었다”면서 “미국 국익이 없는 곳에 머물며 싸우는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미군 철수 협상안을 고수할지 다시 세 번째 10년 전쟁을 위해 미군을 추가로 보낼지 양자택일에 직면했었다”면서 “다른 대통령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보다 아프간에서의 좋지 못한 결과에 대한 비판을 자신이 떠안겠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사태 관련 대국민 연설
‘미군 조기 철수’ 비판 정면돌파
아프간 지도자·군부 책임 규정
중·러, ‘권력 공백기’ 선점 행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아프간 정부의 붕괴가 예상보다 빨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과 군에게 돌렸다. 현재 아프간 아슈라프 가니(72) 대통령은 수도 카불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차량 4대에 엄청난 양의 현금을 싣고 도주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진실은 (아프간 함락이) 예상보다 빨리 전개된 것”이라면서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은 국외로 도피했고 아프간군은 때로 싸우려 하지 않는 등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두고 “아프간 철군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을 일축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AP통신은 “바이든의 어조는 도전적”이라고 전했다. 또 동맹국들에게 “국익 없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사태 이후 중국의 군사적 압박을 받는 대만에서는 “미국에 너무 기대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내부가 시끌시끌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어조와 달리 미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물론 동맹국들의 국민이 아직 탈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프간이 탈레반의 수중에 넘어가자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더불어 현지에서는 탈레반의 공포 정치에 두려움을 느낀 주민들이 공항으로 탈출하려다 참변을 당하고, 물과 전기가 끊어지는 등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다. 국제사회에서는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의 조직원이 늘어나는 등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 조직들이 다시 활개를 칠 거라는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6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잇따라 통화하는 등 급히 아프간 문제 논의에 나섰다. 또 미국은 이날 아프간 망명자를 위해 5억 달러(5882억 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은 중앙아시아에서의 ‘힘의 공백’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탈레반의 카불 점령 후 아프간의 선택을 존중하고 아프간 문제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혀 향후 탈레반 정부를 승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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